백웅기 인도 양궁 대표팀 감독(뒷줄에서 맨 오른쪽). /사진=인도 양궁 협회 공식 SNS 갈무리
인도 양궁 대표팀은 28일 오후 9시 15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8강전에서 경기 스코어 0-6으로 완패했다.
인도는 1세트부터 2차례 7점을 쏘면서 흔들렸고, 결국 10점을 한 차례 기록하고도 51-52로 첫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이어 2세트에서는 3번째 화살까지 28-26으로 앞서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6점이 두 번 들어가면서 52-54로 뒤집혔다.
3세트는 아예 첫 발부터 4점이 들어가면서 안 좋은 출발을 하게 됐다. 결국 3세트마저 48-53으로 지면서 인도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첫 경기부터 탈락하고 말았다.
인도의 이번 여자 단체전 탈락은 '양궁 명가' 한국 출신 감독을 올림픽에 데려가지 않은 이후 나온 결과여서 묘한 인상을 심어준다. 앞서 인도올림픽위원회(IOA)는 백웅기(63) 인도 양궁 대표팀 총감독에게 AD(Accreditation) 카드를 주지 않고 파리를 떠나게 했다.
IOA는 4장만 할당된 AD 카드를 백 감독을 제외한 코치들에게만 발급했다. IOA는 "선수들과 의사소통, 상호 간의 애착 관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백 감독이 아닌 두 코치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분노한 백 감독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인도 매체 아웃룩인디아, 인디안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백 감독은 "중요한 시기에 올림픽 감독직에서 물러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파리 올림픽을 위해 8월 30일까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받았다. 이는 굴욕스럽고 모욕적인 일(humiliating and insulting)로 소니팟에 도착해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라고 했다.
백웅기 감독(왼쪽)이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기보배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백 감독은 인도양궁협회(AAI)의 제안을 받아 2022년부터 인도 양궁을 이끌고 있다. 마르세이유 현지 적응 훈련까지 마치고 AD 카드 발급을 기다리던 백 감독은 이를 받지 못하고 인도로 돌아가게 됐다.
더욱 논란이 된 건 백 감독 대신 AD 카드를 발급받은 스태프가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를 받는 관계자라는 것이다.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물리치료사 아르빈드 야다브는 지난해 11월 아일랜드 리머릭에서 열린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캐나다 10대 선수에게 SNS를 통해 부적절한 접근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캐나다 감독은 이 사실을 세계양궁연맹에 보고했고, 세계양궁연맹은 인도 양궁협회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인도 양궁협회는 자체 윤리위원회를 통해 '평범한 인사'였다며 이 문제를 묵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