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여학생 매니저 화제 만발'... 日 고시엔 빛내는 '감동' 조연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4.08.16 12:40
도카이다이사가미 고교의 여학생 기록원 오카무라 히요리(왼쪽).  /사진=아사히 신문 캡처 도카이다이사가미 고교의 여학생 기록원 오카무라 히요리(왼쪽). /사진=아사히 신문 캡처
지난 7일 시작된 제106회 여름철 고시엔 대회 우승팀은 오는 23일 결정된다. 일본 미디어는 항상 그렇듯 대회 본선에 진출한 49개교 가운데 어느 팀이 우승에 근접해 있는지와 함께 향후 일본 야구를 이끌 만한 선수가 누가 될지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선수들의 얘깃거리 이상으로 일본 미디어가 주목하는 건 또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조연과 엑스트라의 숨은 스토리다.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변치 않는 일본 국민들의 전국적인 관심 속에 펼쳐지는 고시엔 대회는 물론 엘리트 선수들이 중심을 이뤄야 하는 야구 대회다. 하지만 일본 미디어가 고시엔의 이면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대회는 야구를 사랑하는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본 고교생의 여름 축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시엔의 진정한 매력이 이들로부터 생겨난다는 믿음도 여기에서부터 나온 셈이다.


2024년 여름철 고시엔에서도 다양한 조연과 엑스트라의 감동적인 사연이 일본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일본 동(東)도쿄 지역 대표로 고시엔 대회 본선에 진출한 간토 다이이치(關東第一) 고교의 다이쇼부 응원단장의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중학 시절 연식 야구 전국대회에 출전한 팀의 주장으로 활약했던 다이쇼부는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큰 꿈을 품고 간토 다이이치 고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선발 자리를 꿰차는 일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는 1~2학년 시절 계속 후보 선수였지만 힘든 훈련을 이겨내며 언젠가 팀의 주전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3학년이 된 2024년에도 그에게 기회는 찾아 오지 않았다. 사실상 야구 선수로서의 미래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간토 다이이치 고교의 응원단장 다이쇼부(가운데).  /사진=아사히 신문 캡처 간토 다이이치 고교의 응원단장 다이쇼부(가운데). /사진=아사히 신문 캡처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다. 팀의 응원단장이 된 그는 훈련 중에 주전 선수들을 위한 음료를 준비하고 땀에 젖은 유니폼을 모아 동전 세탁으로 세탁을 했다. 버스로 짐을 운반하는 일과 연습 때 사용한 야구용품을 정비하는 것도 그의 일과였다.

주전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기자재를 준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가 펼쳐지면 그는 본연의 임무인 응원단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의 응원 덕분인지 간토 다이이치 고교는 현재 대회 16강에 올라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하라 다츠노리(66)의 모교로 유명한 도카이다이사가미(東海大相模) 고교에는 기록원으로 활약하는 여학생 매니저 오카무라 히요리가 있다.

오카무라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할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던 소년 야구 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는 얼마 안돼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오카무라는 크게 상심했지만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야구를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중학 시절 소프트볼 선수로 활약한 뒤 야구 명문교 도카이다이사가미 고교에 진학했다. 야구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카무라는 이후 도카이다이사가미 고교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가 됐다. 그녀는 학교 역사상 최초로 야구부 여자 매니저로서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았다.

벤치에서 기록원으로 활약하는 오카무라의 이채로운 장면은 고시엔 대회 중계화면에도 자주 포착될 정도로 화제다. 그녀는 이미 8강에 오른 모교의 우승을 기원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녀에게 더 중요한 건 자신을 야구의 세계로 이끌어준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 인사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야구부 매니저로 활약 중인) 자신의 모습을 할아버지가 어딘가에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비를 잘 하기 위해 챙이 평평한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지벤가쿠엔 유격수 니시카와 료타.  /사진=아사히 신문 캡처 수비를 잘 하기 위해 챙이 평평한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지벤가쿠엔 유격수 니시카와 료타. /사진=아사히 신문 캡처
스타 선수는 아니지만 패기 넘치는 수비로 이목을 집중시킨 유격수도 올해 고시엔 대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라 현에 위치한 지벤가쿠엔(智弁?園)의 유격수 니시카와 료타는 고시엔 대회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치며 모교의 16강 진출에 큰 힘이 됐다.

그가 화제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평평한 모자 챙 때문이다. 그는 중학 시절 수비에 다소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자 챙을 구부리지 않고 평평하게 하면 수비할 때 타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늘 평평한 모자를 쓰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야구를 조금이라도 잘 하기 위한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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