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 /사진=교토국제고 공식 SNS
일본 산케이 신문은 22일(한국 시각) "NHK가 교토 국제고의 '동쪽 바다' 표기에 한국의 서경덕 교수가 '이는 분명한 잘못'이라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 국제고는 2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야마다고를 3-2로 제압, 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교토 국제고는 오는 23일 결승에서 도쿄도 대표인 간토 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1947년 재일조선인 단체가 설립한 교토 조선중이 교토 국제고의 전신이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명칭을 바꿨으나, 일본에 등록된 정식 학교는 아니었다. 1999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재정난을 겪었다. 이에 일본인도 입학이 가능하도록 했고, 정원을 채우기 위해 그해 야구부를 창설, 일본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03년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진출한 뒤 이번에는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째를 맞이하는 일본의 대표적 고교야구대회다. 이번에 교토 국제고가 결승 무대를 밟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여름 고시엔'으로 불린다. 이보다 앞서 봄에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가 펼쳐진다.
현재 교토 국제고 재학생은 138명. 고등학교 재적학생 70%가 일본인이며, 30%가 한국계다. 138명 중 야구부는 61명. 그중 한국계는 3명이다. 교토 국제고의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또 "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이라는 구절도 있다.
이번 대회 내내 NHK는 교토 국제고의 교가에 나오는 '동해'를 '동쪽 바다'로 왜곡 번역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교토 국제고가 승리한 뒤 경기장에는 한국어로 된 교가가 울려 퍼졌다. NHK 중계 화면에는 한글 가사와 함께 일본어로 번역된 가사가 같이 송출됐다.
NHK의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 8강 중계방송 화면. /사진=엑스 갈무리
NHK의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 8강 중계방송 화면. /사진=엑스 갈무리
이에 대해 NHK는 별도의 일본어 자막을 통해 '교토 국제고 교가의 일본어 번역은 학교에서 제출했다'는 자막을 덧붙였다. NHK는 지난 2021년 봄과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도 교토 국제고 교가의 '동해' 부분을 '동쪽 바다'로 표기했다.
산케이 신문은 "한국 언론이 서경덕 교수가 NHK에 항의했다는 보도를 했다"며 "교토 국제고는 재일동포를 위한 학교로, 교가의 가사에는 한국이 국제적 호칭으로 주장하고 있는 '동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NHK는 학교의 의향을 따라 중계화면에서 가사를 표기할 때 '동쪽의 바다'로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산케이 신문은 또 "학교 측이 NHK에 '동해' 대신 '동쪽 바다'를 일본어로 번역해 제출했다. 이는 고교 야구를 한국의 정치적 주장과 분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이 보도에 대단히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일본 포털 야후 스포츠에 게재된 이 기사에서 "동해의 국제적인 호칭은 일본해이기 때문에, 결승전에서 교가가 연주된다면 '일본해'로 당당히 번역하라",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 "학교에서 제출했다고 자막을 표기했지만, 자꾸 논란이 된다면 차라리 원문만 내보내면 어떨까", "이 학교의 교가가 한국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라는 등 약 109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1997년부터 꾸준하게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하자고 주장해왔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2017년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를 계기로, 관련국 간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2020년 국제 표준 해도집에서 '동해'와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숫자(고유식별번호)로 표기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2024 여름 고시엔을 앞두고 출정식을 하고 있다. /사진=교토국제고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