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나균안이 1일 두산전 승리를 따낸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복귀 후 첫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따낸 나균안(26·롯데 자이언츠)은 기뻐하기보다는 팬들과 동료 선수들을 향한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웠던 시간이었다.
나균안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양 팀이 3-3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동안 33구를 던져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완벽투를 펼치며 승리를 따냈다.
지난 6월 28일 롯데 구단으로부터 30경기 출장 정지, 사회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받은 뒤 9월 확대 엔트리로 복귀하자마자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미 6명의 투수를 거치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나균안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비장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오른 나균안은 양의지에게 전매특허인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냈는데 공이 뒤로 빠지며 출루를 허용했다.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는 나균안.
12회초 정훈이 1타점 적시타를 날려 리드를 안고 12회말 마운드에 다시 오른 나균안은 이유찬을 3루수 파울 플라이, 대타 홍성호와 정수빈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고 경기를 직접 끝냈다. 시즌 3승(7패) 째를 수확했다.
지난 6월 나균안은 술집에 있는 모습이 포착됐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 사진이 퍼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본인은 음주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선발 등판 전날 밤 늦게까지 바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됐고 결국 징계를 받았다.
시즌 전부터 개인적인 일로 논란을 일으켰던 나균안이었고 "기업과 구단 이미지 훼손, 선수로서 경기 준비 소홀 등 몇 가지 규정이 걸렸다"는 구단 관계자의 설명처럼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나균안이 삼진을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시작 전부터 개인적인 논란이 겹치며 14경기에서 2승 7패 ERA 9.05로 부침을 겪었고 징계를 받고 1일 드디어 1군에 복귀했다.
팀에 4연승을 안긴 나균안은 "일단 팬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스럽고 팀원들께도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야구장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징계를 받으면서 많이 반성을 했고 느낀 점도 많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팬분들께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균안(오른쪽)이 팀에 승리를 안긴 뒤 포수 서동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군에서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을 쌓기도 전에 복귀 명령을 받았다. 나균안은 "올라오라고 들었을 때 딱 하나, '마운드에 올라가서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마운드 위에서는 제 할 걸 해야 된다. 팔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야구장에 나와서는 물론이고 밖에서도 제가 공인이라는 걸 더 의식하고 경각심을 갖고 야구장 안팎에서 신중하게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했다"며 "또 징계 받는 시간 동안 야구장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많이 느꼈고 야구 선수로 이렇게 만들어준 게 팬분들이라는 게 생각을 가장 첫 번째로 반성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나균안이 없는 사이 팀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준비하면서 어떻게든 제발 오늘만큼은 절대 피해를 주지 말자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했다. 어떤 상황에 올라가도 무조건 막겠다는 마음가짐 밖에 없었다"며 "제 불찰이 가장 크다. 팀이 힘들 때 옆에서 같이 힘을 내야 되는데 저로 인해서 팀 분위기라든지 팀 성적까지 나빠졌다. 팬분들도 많이 실망하셨을 텐데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어떻게든 저뿐만 아니라 못 뛰었던 그 시간만큼 제가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나균안(오른쪽)이 경기 후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