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작심발언 "(김)민재 같은 상황이 나오면 안 되잖아요" 韓 축구 대위기 우려... 꾸준한 응원 독려[상암 현장]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난 뒤 대표팀 손흥민이 그라운드를 돌며 축구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민재 선수 같은 상황이 나오면 안 된다. 팬과 선수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한 말이다.


손흥민은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존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홍명보(55) 감독은 약 10년 만의 대표팀 사령탑 경기에서 졸전 끝에 비겼다. FIFA 랭킹 23위 한국이 96위 팔레스타인에 고전했다.


경기 직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팬들에게 다가가 안심시키려는 듯한 손짓을 취했다. 경기 전후로 쏟아지는 야유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손흥민은 해당 상황에 대해 "(김)민재 같은 상황이 나오면 안 되잖아요"라더니 "팬과 선수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하나로 뭉쳐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오시지 않았나. 좋지 않은 분위기보다는 선수들에게 한 마디씩 좋은 얘기를 해주시면, 선수들이 분명 한 발씩 더 뛸 수 있는 기운이 생긴다. 저희가 저희의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선수로서도, 팬으로서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관중들에게 얘기하는 김민재. /사진=중계 방송사 화면 갈무리

손흥민. /사진=박건도 기자

팔레스타인전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종료까지 피치 위를 지켰다. 후반 막바지 결정적인 기회도 있었지만,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결과에 대해서 손흥민은 "이기지 못할 때는 누구보다 아쉽다. 괴로운 날과 밤이 될 것 같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안 좋은 장면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회도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 손흥민은 "숙제가 남았다. 아직 실망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이제 한 경기를 치렀다. 3차 예선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칠 기회는 있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다만 팬들의 계속된 야유는 손흥민에게도 큰 상처였던 듯하다. 열 띈 팬들의 함성과 함께했던 손흥민은 이번 경기서만큼은 다소 우울한 소음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59000명이 넘게 모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장과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이 경기 내내 쏟아졌다.

손흥민은 "속상하지만, 많은 팬의 입장을 제가 대변할 수도 없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된 와중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과를 선수들이 바꿀 수는 없지 않나"라며 "팀원들을 위해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리는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감독님을 믿고 가야 한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팔레스타인 GK 라미 하마데흐를 제치고 날린 슛이 골대를 맞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