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선수같은 힘과 속도" 경이로운 오타니, '7월 이후 39도루' 사령탑-주루코치도 탄복한 '대도 오타니'

안호근 기자  |  2024.09.25 08:49
도루를 성공시키는 오타니 쇼헤이(왼쪽). /AFPBBNews=뉴스1 도루를 성공시키는 오타니 쇼헤이(왼쪽). /AFPBBNews=뉴스1
"비욘세가 미슐랭 3스타 세프인 것과 같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올 시즌을 요약해주는 정확한 표현이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동시에 손꼽히는 셰프가 될 확률과 견줄 만큼 엄청난 장타력에 그를 넘어서는 도루까지 양산해내고 있는 오타니의 올 시즌은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오타니는 올 시즌 153경기에서 타율 0.301 53홈런 123타점 128도루 5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23으로 괴물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전부터 투수로 나서지 못할 것이 예상됐으나 이처럼 놀라운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내셔널리그(NL)에서 홈런과 타점, 득점, 장타율까지 모두 1위에 올라 있는 오타니지만 가장 놀라운 건 그의 도루 개수다. 그 누구도 오타니가 60개에 가까운 도루를 작성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미국 매체 워싱턴 포스트는 24일(한국시간) 오타니의 올 시즌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으며 그가 기록 중인 53홈런-55도루에 대해 "마치 비욘세가 미슐랭 3스타 셰프인 것과 같다"고 감탄을 나타냈다.

LA타임스는 25일 오타니의 놀라운 도루 페이스를 조명했다. "6월까지 16도루에 그쳤던 오타니는 이후 '정말 특별한 시즌(a really special season)'을 만들었다"고 촌평했다.


시즌 초반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기록이다. 개막전에서 도루를 기록한 오타니가 2번째 도루를 하기까지 3주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시즌 초반 그에게는 새로운 팀, 새로운 종류의 라인업이었고 자신의 길을 천천히 걸어간 것 같다"는 다저스 1루 코치 클레이튼 맥컬러프의 발언을 소개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올 시즌을 앞두고 10년 7억 달러(9303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계약 규모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는 투수로 나설 수 없는 대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타석에서 폭발력은 물론이고 루상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도루가 공격 생산성을 높이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 코치들에게 도루에 대한 열망을 전했다. 그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주법을 교정하며 더 많은 도루를 할 수 있게끔 준비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까진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4월까지 5도루로 시작한 오타니는 6월까지도 16도루에 그쳤다. 30-30조차도 장담할 수 없어보였다. 맥컬러프는 "내 생각엔 (도루에 대해) 느껴보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며 "마치 '내가 뛰려면 안전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침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다저스의 톱 타자로 활약했던 무키 베츠가 손 부상으로 이탈했고 오타니가 새로운 1번 타자로 올라선 것이다. 이후 7월 12개, 8월 15개, 9월 12개로 리그 도루 2위까지 올라섰다. 7월 이후엔 69경기에서 39차례나 베이스를 훔쳤고 실패는 고작 2번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대도가 됐는지 혹은 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며 "그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이렇게까지 집중할 수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감탄했다.

맥컬러프 코치는 "7월과 8월엔 그가 출루할 때마다 도루를 한 것 같다. 그리고 매우 안전하게 해냈다"고 칭찬했다.

오타니의 엄청난 도루 행진으로 인해 그는 빅리그 3번째 최우수선수(MVP)에 수상에 매우 가까이 다가섰고 꿈에 그리던 가을야구 무대까지 밟게 됐다. 오타니 스스로도 "내가 꿈꿔왔던 무대"라며 "포스트시즌이 더 중요하다. 도루를 할 수 있다면 팀에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루에 성공하는 오타니(오른쪽). /AFPBBNews=뉴스1 도루에 성공하는 오타니(오른쪽). /AFPBBNews=뉴스1
론 로에니케 다저스 특별 보좌관은 "그의 힘과 민첩성은 뛰어나고 정말 강력하다"며 "NFL(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에서나 그런 걸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야구에선 그런 속도와 힘을 가진 선수를 자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언제 달려야하고 어떻게 타이밍을 맞추는 부분은 피지컬 뿐아니라 '뇌지컬'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적인 역할을 한 맥컬러프는 각 시리즈전에 상대 투수의 성향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전달했고 오타니는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도루에 대해 터득해나가기 시작했다.

로버츠 감독은 "그는 투수를 연구하고 성향을 배우는 도전을 좋아한다"며 "그게 그의 흥미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팀에서도 오타니에 대해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했다. 맥컬러프는 "우리가 그에게 '더 공격적으로 뛰어야 해'라고 말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오타니 스스로 도루에 대해 터득해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더 공격적이 됐다.

오타니는 7월 24일 이후 도루를 실패하지 않았다. 로버츠는 "지난 몇 년 동안 오타니를 보면서 훌륭한 베이스 스틸러라 생각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더그아웃에서 그를 볼 때 투수와 주자를 잘 볼 수 있고 그의 도루는 정확하다"고 칭찬했다.

물론 LA타임스는 60-60 달성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럼에도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정말 특별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 같다"며 "그리고 그것을 조금 더 특별하고 독특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도루를 더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홈런을 치고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홈런을 치고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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