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 4-0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이 정몽규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했다. 지난 7월 29일부터 축구협회 감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감사에서 감독 선임 절차상 문제를 확인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는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며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시 ▲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을 무력화 ▲전력강화위원이 해야 할 감독 후보자 면접(2차/최종)을 회장이 진행했고 ▲이사회 선임 절차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2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의 브리핑을 확인한 축구협회는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의 경우 위원회는 조언과 자문을 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했다"며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감독 추천을 위해 후보 평가 면접을 했다. 이 자리에서 1~5순위가 결정됐다. 회장(정몽규)이 두 명의 후보자와 진행한 건 평가가 아닌 대표팀 운영에 대한 질의와 협상과정의 일부였다. 이는 회장의 당연한 직무범위 내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는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와 달리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은 2023년 1월 전강위가 구성되기 전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했다. 에이전트 선임 후 20여 명에 대한 접촉까지 진행했다.
실제로 클린스만은 1년 만에 한국 대표팀에서 경질된 뒤 자국 매체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당시 정몽규 회장을 직접 만났다. 농담조로 '대표팀 감독이 필요하면 얘기하라'라고 했는데 연락을 받게 됐다"라고 한국 대표팀 선임 과정을 폭로한 바 있다.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잔=뉴스1
정몽규(왼쪽)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9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금기를 맞을 시기에 최악의 결과를 낸 한국 축구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망) 등 전례 없는 초호화 선수진을 갖춘 한국 대표팀은 전력상 아시아 정상을 노릴 만했다. 해외 스포츠 전문지 'ESPN'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 4차전에 나설 10월 A매치 국가대표 명단 26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홍명보 감독의 모습. /사진=뉴스1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클린스만이 떠난 뒤 한국은 약 5개월간 정식 사령탑 없이 팀을 운영했다. 두 번의 임시 감독을 거치며 사령탑을 물색했다. 결국, 울산HD를 지도하던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마저도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며 경기장 밖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감독 선임 과정 외에도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관리 ▲기타 운영 관련 사항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오른쪽)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