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범죄를 봤다..'보통의 가족', 보통 아닌 문제작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2024.10.13 07:00

편집자주 |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사진='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보통의 가족' 스틸컷
보통 아닌 문제작이 탄생했다. 영화 '보통의 가족'이 신념과 본능 사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던 네 사람은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들, 민낯들, 감춰졌던 얼굴들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간다.


범죄 영상을 보며 대리 희열을 느끼던 두 명의 10대 청소년, 두 사람은 한 노숙인을 무참히 폭행하고, 그 현장이 CCTV에 찍혀 온라인에 공개된다. 노숙인은 의식이 없는 상태고, 그의 억울함을 호소할 가족은 오로지 노모뿐이다. 목격자도 없어 경찰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 속 부모들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이렇듯 '보통의 가족'은 '만약 내가 부모라면?'이라는 가정하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사진='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보통의 가족' 스틸컷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분)는 한 배에서 나왔지만, 서로 전혀 다른 기질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각각 모범생 딸과 학교폭력 피해자인 아들을 두고 있는 두 사람은 같은 출발점에서 전혀 다른 목적지로 향하게 된다. 정해진 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깊게 고민하다 보면 관객들 또한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될 터다.


영화의 흐름은 어렵지 않다. 다만, 이 과정을 겪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다.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과 민낯, 감춰놨던 얼굴이 드러나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네 배우의 연기 또한 빛난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그리고 수현까지 깊이 있는 연기 내공을 선보이며 폭넓은 감정선으로 극을 가득 채운다. 특히 세 번의 식사 장면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복잡미묘한 감정 연기가 압권인데, '심리 액션'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진지하고 심각한 인물들의 행동에서 의도치 않은 웃음이 터지기도.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올 때는 충격과 고민이 섞인 정적이 흐르고, 러닝타임 내내 영화가 던진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곱씹게 될 작품이다.

한편 '보통의 가족'은 오는 16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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