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포항야구장 그라운드에 비치된 온도계의 수은주가 섭씨 50도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삼성-두산전은 폭염 취소됐다. /사진=안호근 기자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음 날인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던 부산, 수원, 창원의 프로야구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5시로 바꿨다. 경기 전날에 시간이 변경돼 해당 구단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안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긴급 조치에 가까운, 적절한 결정이었다.
이어 9월 26일 KBO는 2024년 제4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2025년 정규시즌 경기 일정 편성 원칙을 확정하면서 혹서기인 7, 8월의 일요일 및 공휴일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6시로 기존보다 1시간 늦추고 9월 이후 경기 시간 조정 여부는 기상 상황을 고려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잠실구장 전광판에 폭염 경보로 인한 행사 취소를 알리는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 /사진=OSEN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대가 오후 2~4시 사이인데, 오후 6시에 경기를 시작하면 관중 입장 시간이 오후 4시 이후가 돼 다소나마 안전 관리에 유리해질 수 있다. 혹서기인 7, 8월 토요일 경기는 오후 6시인 데 반해 일요일 경기가 오후 5시인 이유는 다음 날인 월요일에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을 감안한 것인데 올해와 같은 최악의 폭염이 지속된다면 다음 날 출근 시간 배려보다는 관중 및 선수단 안전 관리를 우선해야할 것이다.
경기 개시 1시간 차이는 선수단과 관중 모두에게 크게 다가온다. 평일에는 30분 차이도 크다. 직장인의 경우 30분이 늦춰지면 6시 정시 퇴근해서 경기를 처음부터 관람할 수 있지만 기존 6시 30분 경기는 1회 이후에나 입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30분 늦게 시작하면 종료 시간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어 귀가와 다음 날 출근에 대한 부담은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9월 17일 잠실구장에서 경기장 관리 요원들이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OSEN
과거 KBO리그는 평일 오후 7시 경기를 적용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1991년 LG 트윈스가 처음 시도했고, 2006년 전 구단이 7, 8월 평일과 토요일 경기를 오후 7시에 시작했다. 그리고 NC 다이노스가 2019, 2021년에 금요일 경기를 오후 7시에 치렀다. 이와 같이 평일 오후 7시 경기를 추진한 배경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을 감안한 관중 유치 차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평일 오후 7시 경기는 직장인 퇴근 시간만이 아니라 선수단 및 관중 안전 관리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하다. 그리고 토요일도 2006년처럼 오후 7시 경기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오후 7시에 경기가 개시되면 직장인들의 다음 날 출근 부담과 선수단의 심야 장거리 이동 부담이 발생한다. 그러나 혹서기만큼은 안전 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봄 직하다.
과거에는 8월 중순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였다. 그러다 올해는 9월 중순까지도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더위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요즘, 혹서기인 7, 8월의 경우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6시 경기 개시만 바꿀 게 아니라 평일 및 토요일도 오후 7시에 시작하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관중 및 선수단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류선규 전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