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송은범이 지난 13일 PO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삼성은 15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에 나선다.
1차전 승리로 한국시리즈 확률 75.8%(25/33)를 차지한 삼성은 기세를 몰아 2차전까지 잡아낸 뒤 여유 있게 잠실로 향하겠다는 각오다.
가장 믿음직한 선발 원태인이 출격 대기하고 있지만 전날 우천 취소로 경기가 하루 미뤄져 준PO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온 LG가 재정비할 기회를 가졌다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준PO에서 막강한 면모를 보인 '삼성 킬러' 손주영이 2차전 선발로 교체됐다.
투수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태인이 물러난 뒤 마운드에 오를 선수가 더 중요해졌다. 1차전 수비 실책으로 점수를 내줬지만 자책점은 없었던 좌완 이승현을 필승조로 올렸지만 여전히 불펜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는 상황. 올 시즌 27세이브를 챙긴 오승환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졸지에 최고참에 오른 송은범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불펜 보강이 간절했던 삼성에서 손을 내밀었다. 충분히 몸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제공했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결국 잔여 시즌 연봉 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종열 단장은 빼어난 투심을 앞세운 땅볼 유도가 강점인 송은범이 가을야구를 비롯해 요긴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8월말에서야 1군에 콜업된 송은범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9경기에서 8⅓이닝 동안 단 1실점하며 2홀드를 챙기고 평균자책점(ERA) 1.08로 잘 던졌다. 1차전에서만 홈런 3방이 나온 타자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지만 송은범은 올 시즌 홈 4경기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땅볼 유도에 특화된 투구 패턴이 있어 가능했다. 올 시즌 피홈런 자체가 없었다.
1차전에서도 7-1로 앞서 가던 7회초 데니 레예스가 주자 2명을 내보내자 박진만 감독은 송은범을 투입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내면 되는 상황. 송은범은 문성주와 대결에서 장기인 투심 패스트볼을 낮게 떨어뜨리며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여기까진 완벽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타구가 송은범의 글러브에 맞고 굴절돼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았다. 설상가상 송은범은 글러브를 낀 왼손에 통증을 호소하며 결국 교체됐다. 이후 수비 실책까지 나오며 3실점하고도 결국 10-4 대승을 거뒀고 삼성은 미소를 지었으나 아찔했던 7회 상황이었다.
1차전을 앞두고 만난 송은범은 오승환의 부재로 최고참이 됐다는 말에 "이제 1군에서 한 달밖에 안 됐다. 거의 신인급"이라면서도 "대부분 투수들이 시즌 때는 1이닝을 던질 때 2아웃 잡고 나면 '다 됐다'하고 마음을 놓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큰 경기에서는 대량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더 집중해서 해주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던 것에 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한 송은범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도 어떻게든 팀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지금도 똑같다"며 "일단 민폐를 안 끼치는 게 가장 우선이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노력은 하고 준비는 잘 했는데 결과는 하늘의 뜻이다. 준비한 대로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장은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하루 사는 인생인데 뭐 있겠나. 그냥 하는 것이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초연한 듯 답했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송은범은 가장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이후의 재계약도, 가을야구에서 극적인 활약도, 더그아웃 리더로서의 역할도 크게 생각지 않고 매 순간만 집중하기로 했다. 잘 쉰 송은범은 이제 2차전 자신의 출격만을 바라보고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