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황동재가 15일 PO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한국의 전설적인 마무리의 빈자리는 후배들에게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대신 최고참이 된 투수도, 깜짝 3선발 임무를 받은 까마득한 후배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동재(23·삼성 라이온즈)는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과거를 추억하며 "오승환 선배가 인상 깊었다. 아무도 공을 못 건드렸다"고 돌아봤다.
'삼린이(삼성+어린이)' 출신으로서 시민야구장 때부터 삼성의 가을야구를 즐겼다는 황동재에게 '가을 오승환'의 임팩트는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시즌 후반 구위 저하로 인한 PO 엔트리 제외가 누구보다 안타까웠다.
황동재는 "2군에 잠깐 내려갔을 때 선배님께서 '나 없어도 잘하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울 뻔 했다"며 "보고싶다. 선배님이 무뚝뚝해 보이지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PO 엔트리에서 제외된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의 4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29경기에서 2승 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71로 압도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달 초 퓨처스리그 겨익에서도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삼성 코칭스태프는 끝내 오승환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후반기에 무너졌던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차전을 앞두고 만난 송은범(40)은 자신이 최고참이 됐다는 말에 "승환이 형이 같이 와서 했으면 제가 조금 편했을 텐데"라며 "승환이 형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내 말을 아꼈다.
당초 불펜을 지킬 것으로 보였던 황동재는 오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3차전의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PO 1차전 7회초 구원 등판해 투구하는 송은범.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어 "이기는데 보탬이 된다면 팀을 위해서 던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전이나 중요한 경기는 준비를 잘하고 최선을 다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늘의 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고 하늘의 운도 조금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저희 편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멀리서 지켜볼 대선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오승환도 못해 본 선발승을 거둘 수도 있지 않느냐는 농담에 "어떻게 선배님과 비교를 하겠나. 이뤄놓은 게 많고 저는 하나도 없는데"라면서도 잘 던지고 연락을 드리라는 말에 "잘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승환을 보고 자란 투수들, 특히 불펜 투수들은 '왕조 시대'를 호령했던 오승환의 투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오승환은 자리를 비웠지만 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후배들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황동재.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