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오른쪽)이 지난 15일 PO 2차전 1회말 득점 후 스태프의 부축을 받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삼성은 1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3차전을 치른다.
이미 1,2차전을 모두 챙겨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을 83.3%(15/18)로 높인 상황이지만 주장 구자욱(31)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져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 선수가 또 하나 늘었다. 올 시즌 35경기 3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ERA) 2.23으로 후반기 불펜진을 이끌었던 최지광(26)이 지난달 오른쪽 팔꿈치 부상 이후 수술대에 오르며 뼈아픈 전력 손실을 봤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올 시즌 11승 6패 ERA 3.43으로 1선발급 활약을 펼친 코너 시볼드(28)가 오른쪽 견갑골 통증으로 인해 지난달 11일 이후 자취를 감췄다. 결국 PO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도 합류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최지광.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PO 준비과정에서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자체 청백전 도중 백정현(37)이 김헌곤의 타구에 맞아 손가락 미세골절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에서 늦게 복귀했지만 올 시즌 중반 이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든든히 메워줬던 그는 좌완 불펜이 부족한 팀 사정상 중간 투수로 PO를 준비하던 터였기에 더욱 타격이 크게 느껴졌다.
설상가상. 올 시즌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삼성의 절대적 존재인 구자욱마저 자리를 비우게 됐다. 지난 1차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팀의 승리를 이끈 뒤 구토와 몸살 증세를 나타낼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았다. 우천 취소로 하루 늦게 열린 2차전을 앞두고도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몸 상태를 "80% 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0-1로 뒤진 1회말 안타에 이어 도루를 성공시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친 것.
2차전에서 도루 이후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구자욱. /사진=김진경 대기자
2연승에도 삼성의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았다. 주축들의 줄 이탈 속에 구자욱까지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이기고도 흥이 조금 안 나가는 느낌이다. 왼쪽 좌측 인대에 미세 손상을 입었다. 지금으로 봤을 때는 3,4차전엔 출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내일 하루 지나서 몸 상태를 지켜봐야 되겠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차전 선발승을 거둔 원태인의 말로 삼성 선수단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원태인은 경기 후 중계사와 인터뷰에서 구자욱의 부상에 대해 "너무 아쉬운 마음 뿐이다. 코너도 (최)지광이 형, (백)정현이 형이 빠진 상황에서 (구)자욱이 형이 웬만하면 경기 도중 빠지지 않는 선수인데 빠지는 걸 보고 스스로도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며 "'자욱이 형을 위해서라도 이 경기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등판 끝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번 시리즈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선수들이 다 의기투합해서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 빨리 회복해서 한국시리즈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땐 돌아오면 좋겠다. 목표가 우승까지 가는 것이기에 힘 모아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차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며 팀의 승리를 안긴 김헌곤은 중계사 인터뷰에서 "청백전 때 (백)정현이 형이 내가 친 타구에 맞아서 다쳤는데 그때 마음이 안 좋았다"며 "정현이 형이나 지광이, 아파서 함께 못한 코너도 그렇고 여러 선수가 생각나는데 그 선수들 몫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 투수 열세, 잠실이라는 큰 구장, 홈 이점을 살리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지만 삼성의 3차전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백정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