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된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네덜란드로 떠나면서 차 뒷좌석에서 몸을 숨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미러 갈무리
맨유는 지난 28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다음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루드 반 니스텔루이 수석 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끈다.
구단은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도 그가 이룬 업적을 나열했다.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나지만 전 사령탑에 대한 마지막 배려인 듯 보였다. 맨유는 "텐 하흐 감독은 2022~2023시즌 잉글랜드 리그컵(카라바오컵) 우승과 지난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미러'는 29일 "텐 하흐 감독이 경질 후 차 뒷좌석에서 몸을 숨기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 텐 하흐 감독은 뒷좌석에 앉아 몸을 숙여 남들 시선을 피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텐 하흐 감독은 고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지난 2022년 4월 맨유로 부임한 텐 하흐 감독은 약 2년 반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아약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업적을 인정받아 맨유에 입성했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2년 차였던 지난 시즌 급격하게 추락했다. 일찌감치 UCL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한 끝에 EPL 8위에 머물렀다. 불명예 기록도 만들어졌다. 리그 38경기 14패로 1992년 EPL 출범 후 맨유 단일 시즌 역대 최다 패배 기록이 나왔다. 또 해당 시즌 팀 실점 85골로 맨유 146년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경질이 유력했지만 FA컵 우승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맨유는 시즌 막판 FA컵 결승에서 맨시티를 2-1로 꺾으면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맨유 수뇌부는 텐 하흐 감독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기존 계약보다 1년 늘어난 2026년까지 맨유를 이끌기로 재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조슈아 지르크지, 마타이스 데 리흐트, 누사이르 미즈라위 등 많은 돈을 들여 굵직한 선수를 영입했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게 없었다. 리그 9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승점 11(3승 2무 4패)로 14위까지 추락했다. 텐 하흐 감독이 2022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뒤 쓴 돈이 무려 6억 파운드(약 1조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큰돈을 썼지만 성적이 부진하니 맨유 팬들도 속이 터질만한 상황이다.
맨유는 후임 감독을 서둘러 정할 예정이다. 현재 루벤 아모림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감독, 에딘 테르지치 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토마스 프랭크 브랜트포드 감독, 사비 에르난데스 전 바르셀로나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에릭 텐 하흐 감독.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