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삼성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1승 4패로 한국시리즈 여정을 마무리한 박진만(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말이다. 오프시즌 동안 불펜진 보강에만 집중했지만 결과는 기대 효과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다시 불펜에서 답을 찾게 된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해 허약한 불펜진으로 인해 리그 최다인 38차례나 역전패를 당했다. 신임 이종열(51) 단장은 불펜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고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주전 마무리 김재윤(34)과 임창민(39)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김재윤을 4년 총액 58억원에 데려왔고 임창민과는 2년 총액 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91세이브 듀오에 한국 최고 클로저 오승환(42)까지 있었다. 삼성의 7,8,9회는 공포 그 자체일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고 실제로 시즌 초중반까진 탄탄한 뒷문의 힘을 자랑했다. 중반 이후 불펜진이 흔들리고도 오승환이 세이브 2위(27), 임창민이 홀드 2위(28), 김재윤이 홀드 4위(25)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5회까지 앞서간 경기의 승률이 0.806(54승 13패 1무)로 전체 7위에 불과했다. 5회까지만 이기면 승리나 마찬가지라던 왕조 시절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게 더 놀랍게 느껴지는 이유다.
가을야구에서도 타선의 화끈한 대포쇼와 함께 선발진의 대활약이 있어 가능한 결과였다. 삼성이 거둔 4승(PO 3승·KS 1승)은 모두 선발승이었다. 선발 투수가 일찌감치 무너졌던 2,4차전은 차치하더라도 1점 차 리드 속 재개된 1차전에선 5실점, 이승현이 잘 버텨준 가운데 타선의 3홈런으로 잡은 5-2 리드를 지키지 못한 건 삼성의 불안한 불펜진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KS에선 결정적 상황에서 오승환과 김재윤을 제외하면 투입할 수 있는 마땅한 투수를 찾지 못해 고민이 컸던 삼성이었다.
오승환은 후반기 구위 저하로 인해 한 차례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뒤에도 안정을 찾지 못했고 결국 가을야구에 함께 하지 못했다. 내년 시즌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활용 폭이 지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세이브 2위에 올랐다는 자체만으로 여전히 활용 가치가 있다는 걸 방증하지만 전반기(ERA 3.79)와 후반기(ERA 7.41)의 오승환은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최근 줄곧 마무리로 활약해 온 임창민과 김재윤 역시 체력 안배 등 제대로 된 관리 없이는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 시즌이기도 했다.
KS에서 삼성의 뒷문을 지킨 임창민(왼쪽)과 김재윤. /사진=김진경 대기자
다만 삼성의 보강 유력 후보는 지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명의 마무리 카드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팀의 마무리를 데려오는 건 비용이나 역할 중복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김원중(롯데), 이용찬(NC)은 팀의 주전 마무리다. 노경은(40·SSG)과 우규민(39·KT) 등은 이미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삼성 불펜진을 고려하면 많은 나이가 걸린다.
장현식(29·KIA)과 서진용(32·SSG) 정도에 눈길이 가는데 올 시즌 후반기 빼어난 활약을 펼친 최지광과 가을야구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보인 김윤수 등도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이 얼마나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트레이드도 고려할 수 있다. 삼성에 가장 필요한 자원은 왼손 불펜이다. 좌완 이승현과 백정현은 다시 선발 로테이션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크고 이상민은 필승조로 분류하기엔 아직은 부족함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부임 후 2번째 스토브리그를 맞은 이종열 단장의 머릿속이 벌써부터 복잡해지고 있다.
KS에서 KIA를 상대로 투구하는 김윤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