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봄 PD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해봄 PD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에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리벤지'와 관련해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미디 리벤지'는 2023년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로얄' 우승팀 이경규 팀이 판을 깔고 K-코미디 대표주자들이 각 잡고 웃음 터뜨리는 코미디 컴피티션이다.
그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넷플릭스 상위권에 머물고 있고 지난 주말엔 2위도 했다. '코미디 로얄'은 1위를 했었지만"이라며 "온라인 사이트, 평점 등 정상적인 지표들이 좋다고 느꼈고 평가도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뿌듯해했다.
앞서 '코미디 리벤지' 출연자인 이진호는 지난 14일 인터넷 불법 도박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다"라며 "매월 꾸준히 돈을 갚아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이 빚은 꼭 제힘으로 다 변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진호의 고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코미디 리벤지'였다. 이날 '코미디 리벤지'는 제작발표회 진행을 예정 중이었으며 이진호는 제작발표회 참석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법 도박을 자진 고백하기 며칠 전, 넷플릭스 측엔 스케줄 문제로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후 제작발표회 시작 1시간 전에 불법 도박했다고 자백했다. 이에 '코미디 리벤지' 측은 출연자인 이진호 관련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권해봄 PD는 이와 관련해 "이진호 씨가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다면 편집을 고려했을 수도 있는데 등촌동 레이커스팀을 결성해서 나왔다. 코미디가 합이 있고 미리 준비한 레퍼토리가 있어서 이진호 씨가 없으면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개인 사생활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게 힘들었고 편집하기 어려웠다. 이 팀이 전체적인 쇼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어서 팀 자체에서 드러낼 수 없었다. 이진호 씨 사생활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불가피하게 편집 없이 내는 쪽으로 결정을 지었다"라고 고백했다.
프로그램이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그는 "(이) 경규 선배와 많이 얘기했다. (논란이) 아쉬웠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어쩌겠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인터넷 불법 도박 사실을 털어놓은 개그맨 이진호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4.10.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이경규 팀이 우승해 제작된 프로그램인 만큼, 이경규가 직접 라운드 구성 및 기획에도 참여했다. 그는 "축구 게임을 보면 육각형으로 선수 능력을 평가하지 않나. 코미디언도 그렇게 해보면 토크, 애드리브, 비주얼, 에너지, 연기력, 아이디어다. 이 기준으로 육각형 코미디언의 판을 깔아보고 싶었다"라며 "1라운드 같은 경우엔 사전 기획이나 재밌는 농담을 쓰는 걸 생각했다. 주로 토크로 진행하는 무대다. 두 번째인 임프랍은 순간적인 상황에서 대처하는 애드리브 등을 보고 싶어서 배분해봤다"라고 말했다.
'코미디 리벤지' 우승은 산딸기 팀인 황제성, 이상준, 박나래가 차지했다. 권해봄 PD는 "박나래 씨를 꼭 부르고 싶었다. 박나래 씨가 방송을 많이 하지 않나. 그래서 코미디에 대한 시간과 최선을 다 할 수 있나 싶었다. 이후 촬영하면서 왜 박나래이고, 지금의 위치에 있는지 알겠더라. 지독하게 짜고 연습하고 치열하게 회의한다. 제작진과 엄청난 충돌이 벌어지면서도 열심히 기획했다"라고 감탄했다.
이어 "(박나래의 기획이) 하나하나 무대 위에서 표현됐다. 또한 무대 아래에선 다른 코미디언 들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셨다. 예능인 박나래가 아니라 코미디언 박나래를 보여줬다"라며 "박나래 씨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맨발로 뛰어다닐 정도로 즐거워했다. 코미디언 박나래로서 그대로 보여줬다. 모든 코미디언이 그렇지만 특히 박나래 씨가 본업 모멘트를 보여줬다"라고 얘기했다.
권해봄 PD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해봄 PD는 "잔나비정상 팀은 사실상 '코미디 로얄'의 중심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한 코미디는 프로그램 중심에 있다. 그러니 '코미디 리벤지'란 제목에 제일 어울리는 팀이기도 했다. '리벤지'라는 판을 깔았는데 개그를 못하면 진짜 실력이 없다고 입증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정말 잘하기를 바랐다"라며 "곽범 씨도 그렇지만 이선민, 이재율 씨도 이를 갈고 나왔다. 그들이 가장 많이 모이고 개그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 개입은 없었는데도 마지막 회엔 방송국 3사 베테랑과 유튜브 대표자들이 맞붙는 게 신기하더라. 보여준 레퍼토리도 '숏폼' 개그에 최적화된 것과 밀도 있는 콩트 대결이었다"라며 "색이 다른 코미디가 끝까지 선전한 거 같아서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 서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권해봄 PD야말로 큰 희열을 느꼈을 터. 이에 "우린 여태까지 없던 프로그램을 만든 거다. 다른 프로그램은 일정 레퍼토리 정도 있지만, 우린 즉흥성이 더 많고 레퍼토리도 달라진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터지면서 관객들과 놀고 발전시킨다"라며 "무대 바깥에서 볼 때도 코미디 무대가 생물처럼 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오히려 반대로 얘기하면 죽는 경우도 있다. 무대 밖에서 무대를 볼 때 되좀조마하다. 불쏘시개로 부채질하듯이 그런 마음으로 보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코미디 로얄'은 유튜브 중심으로, '코미디 리벤지'는 방송사 공채 코미디언과 유튜브 코미디언이 적절히 조화됐다.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원하는 출연자가 있을까. 권해봄 PD는 "모시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다. 만약 동일한 포맷이라면 여성 코미디언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 장도연, 김숙, 안영미 등 'SNL'이나 비보 등 코미디 신을 대표하는 분들이 팀을 결성해서 나와서 그들의 코미디를 보여줄 기회가 나왔으면 한다. 유세윤도 그렇고 자신만의 코미디 스타일이 있는 분들이 나왔으면 한다"라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