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의 연상호 감독이 29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4.10.29 /사진=이동훈 photoguy@
연상호 감독은 지난달 25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로 전 세계 안방극장을 찾았다. 이는 2021년 '지옥' 론칭 이후 약 3년 만의 새 시즌. 연 감독이 최규석 작가와 공동 작업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시즌1·2 모두 각 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분) 의장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돌아온 '지옥2'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주인공 정진수 역할의 캐스팅 교체이다. 기존 배우 유아인이 시즌2 역시 출연을 예정했으나 마약 물의를 일으키며 급작스럽게 하차, 그 빈자리를 김성철이 꿰찬 것이다.
'지옥2' 김성철 스틸
이어 그는 "하지만 김성철이 뮤지컬 무대에서 오랜 시간 인상적인 역할들을 보여줬기에, 저도 그의 공연을 보고 나니까 '더블 캐스팅'이란 개념으로 접근이 되더라. 어쨌든 원작 웹툰이 있기 때문에, 김성철도 원작에서 출발하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근데 제가 제일 걱정했던 건 정진수가 좋은 역할이긴 한데, 가능성 높은 배우한테는 아주 좋은 선택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거였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내 연상호 감독은 "김성철에게 이런 걱정들을 꽤 많이 얘기했는데,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건 두려움을 전혀 받고 있지 않는다는 거였다. 김성철은 어떤 결과론적 성공보다 오히려 원작의 정진수, 한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몰입하더라"라며 김성철의 연기 열정에 확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옥2'는 김성철이 무리 없이 정진수로서 극에 녹아들며 '유아인 지우기'에 성공, 글로벌 시장에서 쾌조의 성적을 냈다. 공개 이후 단 3일 만에 17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으며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는 물론,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를 찍기도 했다.
'지옥2' 문근영 스틸
반전 캐스팅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문근영은 예전부터 상당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문근영이 과거 개인적으로 병(급성구획증후군) 때문에 아픔을 겪었었고 본인이 가진 이미지도 있었고 뭐랄까, 생각보다 내적으로 뭔가 '다져진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 스페셜 '기억의 해각'(2021)을 보고 나서 이를 강하게 느꼈는데, 문근영이라는 사람한테 큰 감동을 받았을 정도였다. 문근영이 그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했더라. 어떻게 보면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배우로서 의지 같은 게 보였다. 그 모습이 오지원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제안을 드린 거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상호 감독은 "문근영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배우"라며 "여러분이 오지원의 부활을 바라는 만큼, 저는 사실 '배우 문근영'이 부활하길 바랐다. 문근영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걸 예상했냐 물으신다면, 저는 사랑받길 바랐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 다들 '지옥2'의 완성된 버전을 보고 문근영의 연기 얘기를 많이 하시지 않나. 이걸 바랐었다. 왜냐하면 '지옥2'에서 문근영이 보여준 배우로서 에티튜드, 에너지가 이제 뭔가 시작됐다 하는 느낌들을 크게 줬기 때문이다"라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의 연상호 감독이 29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4.10.29 /사진=이동훈 photoguy@
현실에 곱씹을 만한 여러 화두가 담긴 만큼 시즌2 또한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 바. '지옥3'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했는데, 정작 연상호 감독은 "시즌3가 나온다고 해도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루어지기 힘든 바람입니다만 '지옥'이 일본 만화 '기동전사 건담'처럼 장기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다. 근데 시즌이 거듭될수록 거대해진 궁금증은 더욱더 거대해질 거다. 그게 바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궁금증을 사그라들게 만들라면 할 수는 있다. 아주 간단하다. '외계인의 소행이다' 하고 끝내는 거다. 그런데 이건 작품에 전혀 도움이 안 되지 않나"라고 예측불허의 '지옥'을 예고했다.
남다른 뚝심으로 독보적인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universe))를 구축한 연상호 감독이지만, 그만큼 '호불호'도 만만치 않게 따라붙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연 감독은 "제가 꿈꾸는 작가는 현재 제가 처한 상황과 거의 유사하다. 늘 작품 내면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고 있고 그게 좋은 평가이든 나쁜 평가이든 '돼지의 왕'(2011)부터 시작하면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여전히 들끓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호불호'라고 하시던데, 저는 이렇게 들끓는 게 좋다. 제가 꿈꿨던 작가는 그런 작가인 거 같다. 만약 계속 칭송만 받는다면, 그게 더 불안할 거 같고 살아있는 느낌이 안 들 거 같다. 다양한 반응이 들리는 건 행복한 일이다"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또 연상호 감독은 "저는 '자기 복제', 복사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2013)를 복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이득이 있겠나. 이런 작품들은 지금 쓰라고 하더라도 못 한다. 하지만 시도는 해본다. 달라진 연상호가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전혀 알 수 없기에. 저는 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사람이라서, 연상호의 상황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 사람을 될 수 있으면 극한으로 몰아가려 한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과거의 나로) 돌아가서 작업하는 게 몇 년이 됐다. '부산행'(2016)을 끝내고 다시 '사이비' 때로 돌아가 보자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연상호이기에 당연히 '사이비'는 나올 수 없다. 그렇기에 '계시록'(2022)이라는 새로운 작품이 나온 거다. '지옥' 역시 단편을 만들던 시절로 가서, 천천히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만들었다. 필모그래피를 늘어놓고 본다면 연상호의 시간은 엉망진창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류도 많이 생기는데, 그래야 다른 결과물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저는 과연 능숙하고 완벽한 예술가는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라며 다작 비결을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의 연상호 감독이 29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4.10.29 /사진=이동훈 photo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