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삼성 김지찬.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이 1일 쿠바와 평가전을 앞두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뜻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2024 가을야구 캐치프라이즈였다. 문구 그대로 삼성은 가을야구에 온 힘을 쏟아 부었고 감동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그 충격파가 예상보다도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시즌 전 5강 후보로도 꼽히지 않았던 삼성은 올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한국시리즈(KS)에서 분전했지만 불운과 부상 악재 등이 겹치며 아쉽게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가을야구를 앞두고부터 걱정이 컸다. 필승조 최지광과 1선발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PO에 대비하기 위해 치른 자체 청백전에서 왼손 불펜 자원으로 가을을 준비하던 백정현(37)이 김헌곤의 타구에 맞고 오른손 엄지손 미세골절로 PO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럼에도 홈에서 1,2차전 홈런 8방을 터뜨리며 낙승을 거뒀는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주장 구자욱(31)이 2차전 안타 이후 도루 과정에서 무릎 내측 인대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구자욱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대신 일본으로 건너가 응급 재활을 마친 뒤 돌아왔지만 결국 KS까지 대타로도 나서지 못했다.
구자욱(오른쪽)이 지난 15일 LG와 PO 2차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고 스태프의 부축을 받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경기 후 MRI 촬영 결과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 진단을 받았다.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까지 동반됐고 회복까지 4~6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와 함께 KS를 잘 마무리했고 이젠 오는 9일부터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로 시선이 쏠렸다. 앞서 소집 훈련을 진행 중이던 대표팀에 삼성에서도 김영웅과 김지찬이 합류했다. 원태인과 구자욱이 부상으로 제외된 상황에서 삼성을 대표해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지만 가을야구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김지찬(23)도 탈이 났다. 올 시즌 외야수로 변신하고도 135경기에서 타율 0.316 102득점 42도루, 출루율 0.405, 장타율 0.384, OPS(출루율+장타율) 0.789로 맹활약했던 김지찬은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 대표팀과 2024 프리미어12 대회 준비를 위한 평가전을 앞두고 "아쉽게 김지찬이 이번 프리미어12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발목을 다쳤다"며 "검진 결과, 전치 3~4주 진단이 나왔다. 아침에 만나서 물어보니까 '아주 많이 불편하다'고 하더라. 아쉽게 탈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KS 4차전에서 부상 여파로 조기 강판되며 아쉬워하는 원태인. /사진=김진경 대기자
삼성의 부상 악몽이 대표팀에도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대표팀은 예비 엔트리 35명으로 훈련을 시작했는데 LG 트윈스 투수 손주영에 이어 삼성 소속인 투수 원태인과 외야수 구자욱과 김지찬이 연달아 이탈했다. 28명까지 명단을 추려야 하는 상황에서 고심이 깊은 류중일 감독이지만 실력이 아닌 부상 이탈자가 늘어나며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삼성 소속 김영웅(21)까지도 부상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올 시즌 급성장하며 28홈런을 때려낸 김영웅은 대표팀의 장타력을 보태줄 자원으로 평가받았는데 야수 중에 유일하게 1,2일 열린 쿠바와 평가전에 모두 결장했다.
류중일 감독은 몸 상태 확인 결과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확인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왼쪽 견갑골에 뭉침 증세를 나타낸 것이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게 문제다. 대표팀은 당장 8일 대만으로 출국해 13일 대만전으로 대회를 시작한다.
올 시즌 삼성이 예상 외 선전을 하며 그만큼 주목받는 선수도 많았다. 그렇기에 삼성의 가을야구 부상 도미노가 한국 야구에도 뼈아픈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 김영웅. /사진=김진경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