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뛰던 사사키 로키. /AFPBBNews=뉴스1
닛칸 스포츠 등 일본 매체는 9일 "지바 롯데가 사사키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적 절차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사키는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식적으로 포스팅을 허락해준 지바 롯데 구단에 감사하다. 롯데에서의 5년간 잘 안된 일도 많았지만, 팀원,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야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야구 인생에 후회가 없게, 이번에 나를 지지해준 모든 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사키는 2019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바 롯데에 지명된 우완 투수다. 평균 시속 159㎞, 최고 165㎞의 빠른 직구와 최고 149㎞의 고속 포크볼을 뿌리는 강속구가 강점이다.
그는 2022년 4월 10일 오릭스 버펄로스와 NPB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9개의 삼진만 잡아내는 퍼펙트게임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무대 경쟁력도 어느 정도 증명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사사키는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52, 7⅔이닝 11탈삼진으로 일본의 3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WBC 후 주가가 높아지자 사사키는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다. 1군에서 등록 일수 기준 7시즌을 보낸 선수에 한해 해외 리그 포스팅 신청이 가능한 KBO 리그와 달리 NPB는 일정 햇수를 채우지 않더라도 구단의 동의가 있다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이 가능한 규정을 노린 것이다.
사사키 로키. /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그 탓에 소속팀 지바 롯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NPB 선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연봉 계약을 마쳤다. 그 과정에서 일본프로야구 선수협(NPBPA)까지 탈퇴하는 강수를 둬 일본 내에서 많은 눈총을 샀다.
지바 롯데로서는 그를 일찍 놔줄 이유가 없었다. 사사키는 2020년 프로 입단 후 올해까지 단 한 번도 규정 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올해도 상체 부상을 이유로 두 차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고 18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5, 111이닝 129탈삼진 기록에 그쳤다. 팀에 가장 기여한 때가 2022년 20경기 129⅓이닝에서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한 것이었다. NPB 통산 성적도 64경기 29승 15패 평균자책점 2.10에 불과하다.
더욱이 1년 뒤에 보내면 지바 롯데는 거액을 만질 수 있었다. 만 25세 미만 혹은 프로 6년 차 미만의 해외 선수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라 사사키는 수백만 달러의 계약금밖에 받을 수 없다. 사사키가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걸 떠올리면 푼돈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 겨울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도 231만 5000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에 진출한 바 있다. 자연스레 지바 롯데가 받을 포스팅비도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바 롯데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사키의 미국 도전을 허가했다. 마츠모토 나오키 지바 롯데 본부장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사키가 입단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말했기 때문에 허락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열심히 노력했으면 한다. 응원한다"고 전했다.
요시이 마사토 지바 롯데 감독 역시 "팀으로서는 매우 아픈 결정이다. 하지만 젊을 때 도전하고픈 마음도 잘 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미국에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