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후 두산 팬들이 잠실구장 출입구 근처에 모여 있는 모습. /사진=안호근 기자
# 이틀 후인 10월 3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두산이 KT에 패하자 잠실야구장에서는 "이승엽 나가"가 울려 퍼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2015년 이래 처음으로 5위 팀(KT)이 4위 팀(두산)에 업셋 승리함에 따라 두산 팬들은 이승엽(48) 감독에 대한 불만을 폭발했다.
야구 팬들의 집단적인 '감독 나가' 구호는 야구계 입장에서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감독을 비판하는 게시물이나 댓글은 많았어도 오프라인에서는 일부 팬들이 현수막을 거는 정도 외에는 집단 행동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작년과 올해 K리그는 '감독 나가' 구호가 열풍 수준이다. 김상식(48) 전북 현대 감독은 2023년 팀이 강등권 위기에 몰리자 팬들이 경기장에서 '김상식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는 등 격렬하게 항의하자 결국 그 해 5월 4일 스스로 물러났다.
올해 5월 25일에는 K리그2 수원 삼성의 염기훈(41) 감독이 '나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진 사퇴했고, 홍명보(55) 울산HD 감독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한 항의 성격으로 7월 10일 울산에서도 '홍명보 나가'가 터져 나왔다. 올해도 여전히 강등 위기에 몰려 있는 전북 현대의 김두현(42) 감독 또한 팬들로부터 '나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숭용 SSG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처럼 축구장의 '감독 나가'처럼 야구장의 '감독 나가'가 지속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야구와 축구의 응원 문화 차이에 있어 보인다. 야구는 구단에서 운영하는 공식 응원단인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관중들의 응원을 이끄는 데 반해 축구는 구단의 지원을 받지 않는, 자생적인 서포터즈가 주도한다.
사실 프로야구에서도 서포터즈 응원 문화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야구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일부 프로야구단들은 생존의 몸부림 속에서 축구장의 서포터즈 응원 문화를 야구장에 이식시키는 작업을 했다. LG 트윈스의 'LG 피버스'와 SK 와이번스의 '비룡천하'가 대표적인 야구 서포터즈였다.
LG 피버스는 잠실 야구장 우측 외야석에서, 비룡천하는 문학 야구장 1루 관중석에서 응원했다. 이들은 구단에서 인정하는 공식 서포터즈였고 구단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해줬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들이 침체된 야구장에서 새로운 응원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랐으나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질 않았다. 축구장의 서포터즈 응원 문화가 야구장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서포터즈가 야구장의 많은 팬들을 하나로 모으는 대표성 있는 단체가 되길 기대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면서 야구장의 서포터즈는 조용히 사라졌다.
만원 관중을 이룬 잠실구장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축구장과는 달리 야구장에서는 구단의 외주 업체인 응원단이 응원을 주도하기에 '감독 나가'가 집단적으로 나오기 어렵다. 만약 야구장에서 관중들이 '감독 나가'를 집단적으로 외친다면 공식 응원단이 다른 응원가로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구장에서는 일반인들이 앰프를 반입할 수도 없고 메가폰도 사용할 수 없다. 이 점 역시 축구장과는 다르다.
이처럼 야구장은 축구장과 다른 환경과 분위기를 갖고 있어 '감독 나가'와 같은 집단적인 구호가 활성화하기 어렵다. 더욱이 야구장의 '감독 나가' 구호에 대해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버막' 역시 1980년대 프로야구에서 봤던 장면들인데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측면에서 야구장의 '감독 나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류선규 전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