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 사진=씨제스스튜디오
11일 서울시 강남구 씨제스 스튜디오에서 배우 문소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소리는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에 출연해 윤정년(김태리 분)의 엄마이자 사라진 천재 소리꾼 서용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정년이' 속 '추월만정'을 부르는 문소리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국극에 돌아가려는 딸과 함께 바닷가에 선 문소리는 자신이 소리꾼으로서 가장 빛났던 시절의 '추월만정'을 불렀다. 한이 서린 눈빛에서 모든 걸 내려놓은 듯 점차 편안해지는 문소리의 표정은 그 어떤 말보다 감정이 묵직하게 실려있음을 보여줬다.
문소리는 '추월만정'을 1년 정도 연습했다며 "'추월만정'은 소리하는 사람들한테도 어려운 대목이다. 가장 느린 장단이고, 12장단이 한 마디다. 그 정도로 느리다. 이렇게 느린 장단은 자기 소리의 공력이 그대로 드러나고, 흥이 있는 노래에 비해 기댈 곳이 없다. 호흡을 끌고 나가고, 저음의 떨림이 강조돼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공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부르기 어렵다. 정말 실력이 있어야만 이 노래를 부를 수가 있어서 사실 1년도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1년간 '추월만정'을 연습하며 과거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문소리는 "20대 때 1년 반 정도 '수궁가'를 배웠다. 심지어 국가무형문화재 명예보유자였던 남해성 선생님한테 배웠다"며 "대학 휴학하고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다시 학교에 돌아갔다. 등록금 냈으니까 졸업은 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더라. 오전 수업을 듣고, 종로를 걷다가 북소리가 들리길래 이끌려 올라갔다. 제가 들어가니까 남해성 선생님이 북을 쥐고 앉아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이 나를 보시더니 '춘향이가 왔네'라고 하셨다. (소리를 듣고) 궁금해서 왔다고 하니까 소리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하기 시작한 거다"라며 "마음이 적적한데 소리나 배우자고 해서 1년 반 동안 배웠고, 산 공부도 찾아간 적이 있다.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고 전했다.
또한 문소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돌아가셨고, 그 당시에 장례식장도 못 가서 마음에 맺혀있는데 '정년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선생님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담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 참여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고, 1년을 넘어서 3년이라도 더 하고 싶을 만큼 저한테 그런 기회를 주셔서 고마웠다. 언제 또 이런 소재의 작품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앞서 평소 친분이 있던 배우 김태리 덕분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힌 문소리는 "개인적으로 친하니까 (남해성) 선생님과의 인연을 알고 있었고 제주도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언니 나 요즘 판소리 수업받는데 쉽지 않다. 언제 한번 구경 와달라'라고 했다. 그래서 수업받는 곳에 간 적이 있는데 태리가 노린 거다. 나중에 엄마를 해달라고 하더라. 인연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