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힘이면 어느 구장이든 넘깁니다" 홈런 무덤 고척돔도 자신 있다! KBO 최초 삼각 트레이드 주인공 부활 예고 [인터뷰]

김동윤 기자  |  2024.11.15 11:01
키움 김동엽이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김동엽이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반등하면 고점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보단 잘하겠습니다."

키움 히어로즈에 합류한 김동엽(34)이 우타 거포로서 부활을 예고했다.


김동엽은 최근 키움 마무리 캠프가 이뤄지고 있는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방출 기사가 나오고 바로 연락받았다. 며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키움은 예전부터 오고 싶었던 구단이었다. 삼각 트레이드 때도 하루 잠깐 몸담았었는데 말년이 돼서야 오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 4일 키움 구단은 김동엽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야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동엽은 방출 후 키움뿐 아니라 복수의 구단에서 연락받았다. 하지만 키움은 김동엽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주면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그때도 김동엽을 원했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삼성에 가서도 원했지만, 지난해까진 트레이드 불가 자원이었다"고 떠올리면서 "장타력도 장타력이지만, 김동엽의 성격이 우리 팀과 정말 잘 맞을 것 같았다. 차분하고 내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묵묵하게 열심히 하는 선수다. 우리 팀은 기회를 줄 때 확실히 주고 더그아웃 분위기가 밝다 보니 김동엽 선수도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동엽은 "키움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내 훈련만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라 들었다. 내가 조용한 성격인데 그런 부분이 키움 구단과 잘 맞을 것 같았다"며 "단장님도 예전부터 내게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멀리 돌아 결국 우리에게 왔으니까 행복하게 마무리 잘해보자고 하셨다. 내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부각하고 마음껏 해보라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고 답했다.


SK(현 SSG) 시절 김동엽. /사진=뉴스1 제공 SK(현 SSG) 시절 김동엽. /사진=뉴스1 제공


2009년 북일고를 졸업한 김동엽은 미국에 진출해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뛰었다. 국내 복귀 후 2016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됐다. 2018년에는 키움, 삼성, SK가 단행한 KBO 최초 삼각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SK 소속이던 김동엽은 삼성으로, 삼성 소속이던 포수 이지영은 넥센(현 키움)으로, 넥센 소속이던 외야수 고종욱(현 KIA 타이거즈)이 SK로 향했다. 이 중 이지영과 김동엽은 삼각 트레이드 세 팀을 모두 거친 선수가 됐다.

김동엽은 "세 팀에서 다 뛰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서 나도 신기하다. 키움에 와서 너무 좋다. 일단 많이 웃게 됐다. 뭔가 잘될 거 같은 느낌도 든다. 내게 장타력을 기대하셨을 텐데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잘할 생각이다.

11일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합류한 그의 표정에는 생기가 돌았다. 김웅빈, 김성민 등 과거 SK 시절 동료들도 만났고, 삼성 시절 그를 유독 잘 챙겨줬던 이원석도 그를 반겼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시하는 그에게 웨이트에 진심인 키움 구단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김동엽은 "키움이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은 팀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고는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며 "(이)원석이 형한테는 사실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계약하고도 말을 안 하다가 발표 당일날 전화했는데 마침 고척에 있었다. 형이 내게 여기서 잘할 수 있을 거라 해줘서 고마웠다"고 환대하는 키움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다들 나보다 어린데 인사도 잘하고 착하고 열심히 한다. 분위기가 무척 밝아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SK(현 SSG) 시절 느낌도 난다. 그때 힘 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여기도 어린 선수 중에 파워 있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또 키움은 매년 5강 경쟁하던 팀이었다. 지난해랑 올해랑 부진했다고 해서 5강 경쟁권에서 멀어진 팀은 절대 아니라고 느꼈다"고 힘줘 말했다.

SK, 삼성 구단 관계자들은 김동엽의 성실함을 인정했다. 2017시즌 22홈런, 2018시즌 27홈런을 터트리며 파워 히터로서 면모를 보인 그는 2020시즌에는 115경기에 나서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29안타와 함께 20홈런, 타율 0.312의 성적을 올리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삼성 이적 후 잦은 부상이 그의 날개를 꺾었다. 2021시즌부터 3년간 각각 69-30-69경기 출장에 그친 뒤 올해는 단 8경기를 소화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9시즌 657경기 타율 0.268(2028타수 543안타) 92홈런 316타점 260득점, 출루율 0.312 장타율 0.449다.

삼성 시절 김동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시절 김동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동엽도 가장 오래 있었던 삼성에서의 부진이 마음에 계속 남았다. 그는 "SK는 내 첫 팀이어서 애정이 많았고 삼성은 프로에서 가장 오래 몸담은 팀이라 내 마음속 한 쪽에 늘 자리해 있다"며 "삼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했다. 애정이 있어 내게 질타도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 그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내가 삼성 팬분들에게 마음의 짐이 많다. 이 마음은 평생 갈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부진에는) 멘탈적인 부분이 컸다.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가진 능력에 반의반도 못 보여줬다. 잘할 때 되면 부상을 당해서 그게 조금 아쉬웠다"며 "하지만 나도 20홈런을 쳐본 선수다. 자신 있게 하다 보면 예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두 번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나 스스로 반등한다면 고점은 높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보단 잘하려고 한다. 삼성 팬들도 내가 새로운 팀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응원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앞으로 쓸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은 지난 9시즌 동안 써 온 인천SSG랜더스필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정반대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홈런 무덤'으로 불린다.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병호(38·삼성) 이적 후 20홈런 타자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팀 홈런 리그 순위도 2022년 9위, 2023년과 올해는 모두 10위였다. 특히 우타자의 홈런은 실종 수준이었는데 시즌 도중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김휘집(22)의 5홈런을 포함해도 26개에 불과했다. 1위 NC의 141홈런, 9위 LG의 62홈런과도 현격한 차이다.

키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김동엽과 강진성(31)을 영입해 우타자의 장타력을 높이려 했다. 김동엽은 "사실 내 힘이면 어느 구장이든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하면서 "구장이 작다고 홈런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진 않는다. 대구에서는 정말 담장이 가까워서 오히려 힘이 더 들어갔다"며 "내년 시즌 최대한 1군에 오래 붙어 있는 게 목표다. 나는 이 팀과 궁합이 정말 맞다고 생각해서 건강하게 1군에서 활약하다 보면 홈런 수는 알아서 따라올 거라 믿는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키움 김동엽.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김동엽.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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