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근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고려아연은 정관을 바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회 의장이 회장을 겸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지난 3월 각자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최윤범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약 8개월 만에 이번에는 이사회 의장에서도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 회장은 사내이사로서 경영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의장은 △이사회 개최 결정 △회의 주재 △이사회에 부의할 사항에 대한 결정을 한다. 의장의 선택에 따라 중요한 시기에 이사회가 열릴 수도,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열리더라도 핵심 안건이 논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나 회장(오너)이 아닌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이 커지고 회사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강화돼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회장직을 유지하는 만큼 독립성 제고 효과가 반감될 거란 지적도 나오지만, 최 회장이 올해 3월 ESG경영 차원에서 고려아연의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난 만큼 권한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분석한다.
글로벌 업체들도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KT&G, LG이노텍 등이 일찌감치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해외에서는 애플과 월트디즈니, 유니레버, 보잉 등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등용하고 있다. 모두 기업문화와 지배구조 측면에서 업계를 선도한다고 평가받는 곳일 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을 할 때 참고하는 곳이다.
주요 ESG평가기관들도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꼽는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게 이사회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감시를 위한 보다 나은 방안이라는 평가다.
ESG업계 관계자는 "ESG기준원을 비롯한 ESG평가기관들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도록 권고하거나, 그러지 않을 경우 '선임 사외이사'를 선임해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를 통한 이사회 견제기능과 독립성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음으로써 의사결정구조 개선, 효율적인 업무분담, 이해상충 방지 등을 도모하고 경영감독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