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티빙
"동재는 마니아가 좋아할 고수나 두리안 같은 친구이지 않나요. 독특한 시도를 한 것에 대해서 관계자 분들이 좋게 얘기해 주셨어요. (영화 '서울의 봄'을 함께 한) 김성수 감독님도 '동재 캐릭터 탐난다'면서 엄청 좋게 얘기해 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죠. 고수,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의 취향도 그런 게 있어요. 한번 좋아하면 이런 걸 끝까지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티빙에서도 이렇게 도전적인 걸 허락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오랫동안 회자되는 tvN 명품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의 검사, 천덕꾸러기 서동재의 매력을 기가 막히게 살린 배우 이준혁이 '느그 동재'를 '우리 준혁'으로 만들더니 기어이 스핀오프까지 진출했다. 캐릭터 하나가 사랑 받아 스핀오프로까지 탄생한 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연출 박건호, 크리에이터 이수연, 극본 황하정, 김상원, 이하 '좋나동')가 국내 첫 시도였는데, 동재의 '유쾌한 원맨쇼'가 이준혁의 숨겨진 끼로 발산돼 호평을 받고 스핀오프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장르물의 수작으로 손꼽힌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 '비밀의 숲' 시즌1(2017), 시즌2(2020)를 모두 집필한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으며, '비밀의 숲' 시리즈를 함께했던 황하정, 김상원 작가가 집필, 박건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로 인정받고 싶은 검사 서동재(이준혁 분)의 화끈한 생존기를 그렸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서동재, 잊고 싶은 과오를 들춰내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박성웅 분)의 물러섬 없는 진흙탕 싸움이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다. '비밀의 숲' 속 이준혁이 그대로 출연했고 박성웅이 새롭게 합류, 서동재는 남완성이 여론전을 펼쳐 아들의 마약 거래 혐의를 벗으려는 것은 물론 그가 건설 현장에서 저지른 불법 행위까지 '진실'을 파헤쳤다.
이준혁은 '비밀의 숲'에서 애증의 인물로 '느그 동재'라 불리며 인기를 모은 서동재 역을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 다채롭게 펼쳐냈다. 이준혁은 아내 앞에서 무릎 꿇은 짠내 나는 남편 서동재부터 후배에게 방을 내어주는 처진 어깨의 선배 서동재와 포기하지 않고 남완성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불굴의 검사 서동재까지 쉴 틈 없는 매력을 내뿜었다. 이에 이준혁은 국내 스핀오프 드라마의 첫 주자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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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나동' 10편이 모두 공개됐다. 시청자 반응을 많이 찾아봤는지.
▶다른 배우들과 대화하면서 많이 촬영해서 다른 배우들에 대한 반응을 주로 찾아봤다. 제가 대본 회의 작업을 많이 해서 더 마음이 쓰인 것 같다. 이게 잘 먹혔나 싶었고 기획자 쪽으로 보게 된 것 같다.
-동재 캐릭터가 워낙 극으로 치달았는데 어떻게 이입하려고 했나.
▶동재는 적당히를 모르고 끝을 달려가면서 잠깐 아파하고 그랬다. 아무래도 이건 캐릭터다 보니까 재미있는 영역으로 하려고 했다. 극이란 건 리듬이 있는데 동재에게도 재즈 같은 리듬이 있었다. 어떤 캐릭터는 정박으로만 연기할 때도 있었는데 동재는 이 재즈가 어떻게 튀지? 싶었고 상대의 연기를 받아주는 재미가 있었다. 늘 저와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데, 어차피 현장에서의 저는 일하는 저일 뿐이다. 동재를 통해 좀 다른 리듬을 탈 때 자유로움이 있는 것 같다.
-동재에 공감한 부분이 있다면?
▶벌써 40살이네, 이 일을 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나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동재에 공감했다. 이번엔 동재의 삶, 생활을 다루면서 동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스핀오프여서 더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비밀의 숲'에서 더 독립된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만 봐도 이 자체의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재가 놀 수 있는 환경을 더 만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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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시즌 1, 2를 다시 보기도 했는지.
▶그때와 달리 저도 나이가 들었고 많이 변화가 있었다. 오히려 시즌1 때는 더 늙어 보이려고 연구를 했는데 그런 걸 안 해도 돼서 편했다. 그때는 오히려 변신을 하고 싶었다. 보통은 원작을 훼손했다는 말을 듣기 쉬운데, 원작을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을 들으면 성공한 거다.
-'좋나동'이 나온다고 했을 때 '비밀의 숲' 주연인 조승우, 배두나의 반응은?
▶바빠서 아직 연락은 못 줬는데 본다고 했다. 뭐라고 놀릴지 모르겠다.(웃음) 항상 좋은 얘기를 해주는데 '잘하면서 무슨 엄살을 부리냐고' 한다. 스핀오프 소식이 나왔을 때 제가 '하기 싫다'고 했더니 형이 명확하게 들어주고 '그냥 해'라고 얘기 해줬다. 동재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리듬, 템포를 갖고 있었다. 작가님도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전우애가 있었다.
-동재를 통해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어떤 시즌에선 청소를 해야 할 때도 있고, 어떤 시즌에선 재활용을 할 때도 있다. 그게 아니면 감옥에 가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시묵(조승우 분)과의 완결성, '비밀의 숲'과의 연결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게 승우 형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만약 '비밀의 숲' 시즌1을 다시 봤을 때의 느낌은 '그때 시묵이가 잘했네'라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동재는 이번 스핀오프에서 안녕인가.
▶그럴 것 같긴 한데 닫아놓지도 않으려고 한다. 이게 팬들이 보고 싶어해서 시작한 거라 서비스의 느낌도 있었다. 다시 뭔가 이런 게 있다면, 재탕이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거라면 또 할 수도 있겠다. 어디에 갖다놔도 살 놈이어서 무얼해도 새롭게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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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저는 남완성 캐릭터를 성웅형이 해줘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형 덕분에 동재가 더 살아날 수 있었다. 처음엔 완성이 더 교활할 거라 예상했는데 성웅형이 동재의 더러운 성격을 확장해줬다. 그래서 동재가 재즈처럼 변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온 것 같다. 욕은 다 애드리브였다. 면전에 애드리브를 하는데 형이 다 받아주신 거다. 너무 유쾌하게 잘 즐겨주셨다. 두나 누나 때도 느꼈는데 잘 받아주셔서 감사했다. 저는 이 작품이 재미있었던 게 이수연 작가님의 솜씨와 저희의 회의 덕분이라 생각했다. (현)봉식이와도 귀 깨무는 신이 잘 나올 수 있었다.
-현봉식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봉식이는 정말 유연하다. 원래 현실에서 몰랐는데 그 친구가 얼마나 섬세하고 세밀한지 느꼈다. 어느 상황에서도 통통 튀는 친구였다. 봉식이가 함께 연기를 해줘서 동재가 살아날 수 있었다. 제가 '범죄도시' 천만 파티 때 보고 '좋나동'에 직접 출연해 달라고 했는데 그래서 더 모니터링을 하게 됐다.
-올해 말과 내년에도 SBS '나의 완벽한 비서', 넷플릭스 '광장', '레이디 두아', 영화 '소방관', 왕과 사는 남자' 등 차기작 공개를 많이 앞두고 있다.
▶올해 작품을 많이 하면서 몸을 많이 헤쳤다. 재활을 하고 있는데 요즘 제일 재미있더라. 그리고 재활을 하면 팔 하나만 들어도 '잘 하셨다'라고 칭찬을 많이 해줘서 너무 웃기더라. 예전에 웨이트를 과하게 했는데 이제는 취미가 재활이다.
-한지민 배우와 1월 방영을 시작하는 SBS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로맨스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저는 그 동안 피, 시체가 나오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시체가 안 나온다. 저는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인데 제 필모를 보니 어느 순간 돌아이 클리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제 필모 중에 제일 정상적인 사람을 연기하는 것 같다. 그 부분이 오히려 너무 독특해서 기대가 된다. 폐병원 안 가고 야외에서 먼지밭에 안 구르고 묶여서 겨울에 안 누워있어도 되더라. 대신에 간질간질한 게 감내해야 하더라. 로맨스를 하는 분들이 보통 잘하시는 분들이 아니구나 싶었다. 저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해서 좋았는데 그게 이제 독특하지 않아져서 '나의 완벽한 비서'를 하게 된 것 같다. 제대로 오래 하는 첫 로맨스물이다. 저는 실패해 보더라도 뭘 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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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쉼 없이 매해 꾸준히 작품을 해왔는데 안식년을 갖고 싶진 않나.
▶안식년을 가질 정도로 제가 여유롭진 않다. 일이 있어서 감사하다. 이 말도 누군가에겐 다르게 들릴 수도 있어서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엔 배우들이 한번씩 쉬는 게 이미지를 지키는 건데 요즘엔 작품들이 다양해 지면서 배우들도 일을 많이 해야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하면 일이 쉬워져야 하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예전에는 본인의 얼굴이 하얘서 싫었다고.
▶본인이 얼굴이 좋은 사람이 잘 없을 것 같다. 시대와 유행도 있겠고. 오히려 비교가 많이 될 텐데 다른 배우들도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유행은 계속 돌고 돌더라. 저 스스로도 단점이 많은데 팀들이 많이 보완해줬다. 저도 자신감을 갖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집에서의 저는 너무 편안한 편이다. 패션도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할리우드 배우도 유행이 있지 않냐. 저랑 비슷한 또래,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이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범죄도시3' 이후 '좋나동'에서 동재를 하면서 살을 많이 뺀 것 같은데.
▶동재를 하면서는 20kg가 빠졌다. '범죄도시3', '비질란테' 이후로 3개월 만에 체중을 감량했다. 그게 보시기에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몸이 진짜 안 좋아지더라. 예전엔 40대로 보이려고 담배랑 술을 하기도 했고 캐릭터가 세보이려고 아이라인도 그려봤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더니 어떤 게 나의 노멀한 모습일까 고민하게 되더라. 요즘은 '나를 써보자'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