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혁.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KT 위즈는 18일 "한화 이글스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한 엄상백의 보상 선수로 외야수 장진혁을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화는 지난 8일 FA 투수 엄상백을 계약 기간 4년, 총액 최대 78억원(계약금 34억원, 연봉 총액 32억 5000만원, 옵션 11억 5000만원)에 영입했다. KT의 내야수 심우준에 4년 최대 50억원을 쓴 뒤 이튿날 엄상백에게도 큰 투자를 했다.
KT는 지난 13일 심우준의 보상 선수로 투수 한승주를 영입했는데 이번엔 외야 보강을 위해 장진혁을 선택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야수진 뎁스 강화를 위한 영입"이라며 "KBO리그 평균 이상의 장타력과 수비와 주루에도 강점을 지닌 즉시 전력감으로 기존 외야 자원과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광주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낸 장진혁은 단국대를 거쳐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9번째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빼어난 타격 능력과 빠른 발,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툴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으나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장진혁.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경문(66) 감독의 부임이 그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됐다. 장진혁은 5월까지 46일이나 2군에서 보냈으나 김경문 감독은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장진혁도 이 중 하나였다.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장진혁은 99경기에서 타율 0.263, 9홈런 44타점 56득점 1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7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은 0.333로 클러치 능력 또한 보여줬고 특히 주축 선수로 도약한 8월엔 23경기에서 타율 0.354(79타수 28안타) 5홈런 19타점으로 훨훨 날았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9월 "(장진혁이) 그동안은 자신을 못 믿었다. 야구가 매번 잘할 수 없는데 안 될 때 들락날락거리기도 했다"며 "이제는 야구를 잘할 때도 됐다. 조금 못 했을 때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다려주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점잖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에 끌리고 있다. 보통 주전으로 야구하기 시작하면 모습이 좀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서 제가 장진혁을 높게 본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이는 김 감독뿐이 아니다. 한국 야구의 전설적인 포수 중 하나인 강민호(39·삼성)는 지난해 12월 김태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삼성과 한화에서 눈여겨보는 선수를 뽑아달라는 이야기에 삼성 신인 투수 육선엽과 함께 한화에선 장진혁을 꼽았다.
장진혁(왼쪽)이 승리 후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균도 "나도 신인 때보고 '기가 막힌다. 3년 안에 타격왕을 할 것 같다. 열심히 해봐라. 그럴 만한 자질이 있다'고 했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뭐 하나만 딱 바뀌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장진혁의 예술적인 스윙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장진혁은 드디어 알을 깨고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장진혁은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이글스TV와 인터뷰에서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있다. 작년에 (1군과 퓨처스를) 왔다갔다 많이 하면서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며 아낌 없이 기회를 부여해주는 코칭스태프에 대해선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믿어준 이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뛰었고 드디어 꽃을 피울 일만 남겨둔 것 같았지만 돌연 정든 친정팀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게 됐다. 엄상백은 FA B등급으로 한화는 보호선수로 25명의 선수를 묶을 수 있었지만 이 안에 장진혁의 이름은 없었다. 그만큼 한화엔 유망주가 넘쳐났고 장진혁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여준다.
트레이드, 보상선수 이적 등은 선수의 의지와 무관해 당사자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그 팀에서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4시즌은 장진혁의 진가를 알리는 한 해였고 KT는 그러한 장진혁의 가치를 다른 선수들보다 높게 평가해 그를 영입하게 됐다. 장진혁이 KT에서도 2024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나아가 한화를 만나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를 자아낸다.
장진혁.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