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최지훈이 지난 1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최지훈은 지난 8월 21일 잠실 LG 트윈스전 경기 도중 왼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고, 그다음 날인 8월 2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 전까지 사구로 인한 발등 부상에도 버티며 117경기 중 116경기에 출전한 주전 중견수가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이후 SSG의 성적은 하락세를 탔다. 드류 앤더슨-로에니스 엘리아스 원투펀치가 제 몫을 해줬음에도 SSG는 8월 23일 6위로 추락했고 급기야 9월 1일에는 8위까지 떨어졌다. 시즌 내내 5위 안에는 안정권에 들던 SSG의 최대 위기였다. 빠른 복귀를 위해 일본 요코하마의 이지마 접골원에 다녀와 80~90%까지 회복한 상태로 9월 막판 복귀했지만, 20타석 출전에 그치며 크게 힘이 되진 못했다.
결국 지난 10월 1일 KT 위즈와 5위 타이브레이커 게임 SSG의 마지막 타자로서 2024시즌을 마쳤다. SSG가 3-4로 지고 있던 9회초 2사 3루, 박영현에게 삼진을 당한 것이 올해의 마지막이었다.
최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재활 중인 최지훈은 취재진과 만나 이때를 떠올린 "부담이 많이 됐다. 3일 정도 쉬다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경기에 나간 거라 걱정이 컸다. 다행히 그날 안타를 2개 치고 이겼다 싶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됐다. (박)영현이가 던진 초구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가 되니까 거기서 말렸다. 영현이 공도 좋았지만, 많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부상 전까지 철강왕 수준의 체력을 자랑했다. 올해 유독 지독한 더위가 왔음에도 박성한(26)과 함께 수비 이닝 리그 1, 2위를 찍으면서 SSG 투수들의 뒤를 든든히 지켰다. 후반기 공백은 왜 그가 SSG에서 대체불가의 선수인지 재확인시켜줬다.
최지훈(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최지훈은 "올해 정말 덥긴 했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사실 내 욕심도 있었다. 트레이닝 코치님과 감독님은 항상 힘들면 말하라고 했는데 내가 아파도 참고할 만해서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말렸어야 한다는 의견도 봤다. 하지만 팀 상황상 내가 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나 대신 나갈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욕심을 냈다. 내가 내 몸을 돌아보지 못한 거라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고 자책했다.
2024시즌 최종 성적은 그렇게 125경기 타율 0.275(483타수 133안타) 11홈런 49타점 89득점 32도루, 출루율 0.345 장타율 0.418 OPS(출루율+장타율) 0.763으로 끝났다. OPS 0.672로 주춤했던 지난해 부진을 씻는 활약이었다.
야구계 관계자들에 있어 최지훈은 매년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선수로 꼽힌다. 최지훈은 광주수창초-무등중-광주제일고-동국대 졸업 후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30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부터 탁월한 중견수 수비와 콘택트 능력으로 많은 경기(127경기)에 나섰다. 2022년에는 커리어 첫 정규시즌 타율 3할(0.304)과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10홈런 31도루)로 SSG의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5번째 한국시리즈 제패를 이끌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준우승을 통해 국가대표 중견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마음고생과 올 시즌 부상으로 악재가 있었음에도 결국 올해 홈런과 도루 부문 개인 커리어하이로 반등에 성공했다. 최지훈은 "지난해 스스로 정신적으로 단단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 시즌을 보내면서 팬분들의 응원 덕에 많이 극복했고 단단해졌다고 느꼈다"며 "사실 내가 주전으로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은 경기에 뛰는 게) 힘들다기보단 그냥 좋다. 누군가와 경쟁하면 좋은 것도 있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내가 1순위라는 사실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것 같다. 아직 젊기도 하고 몸에 대한 자신도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지훈(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러면서 "올해 타격 부분에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다쳐서 템포가 끊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팀은 마지막까지 KT와 5강 싸움도 하고 잘했다. 성적만 보면 정말 아쉽지만, 팀 자체로는 성장한 시즌이었다. (정)준재, (박)지환이, (고)명준이, (조)병현이 등 한 시즌에 어린 선수가 이렇게 1군에서 많이 경기 나오는 것 자체가 거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다만 내가 계속 1번 타자로 나가면서 우리 팀이 나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홈런을 몇 개 더 치긴 했지만, 타율이랑 출루율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만족을 모르는 향상심은 만 27세의 늦은 나이에도 최지훈의 성장을 기대케 하는 이유다. 최지훈은 "올해 내가 잘한 건 없는 것 같다. 아마 은퇴할 때까지 나 스스로 잘했다고 하는 시즌은 없을 것 같다. 항상 돌아보면 아쉬움이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22년에 갇혀 있었다. 이제는 그걸 버리고 올해부터 하나씩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내가 나이는 곧 서른이지만, 프로 햇수로 보면 아직 저연차에 속한다. 내년이 6년 차기 때문에 프로선수로서는 미숙한 부분이 있고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팬들과 가장 가까운 포지션인 만큼 갈수록 늘어나는 SSG 팬들의 응원과 힘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최지훈이다. 그는 "타이브레이커 경기가 끝나고 팬분들이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래서 내가 다친 게 더 아쉽기도 했다"며 "올해 참 긴 시즌이었다. 매년 우리가 꾸준히 성적을 내지 못함에도 매일같이 야구장을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무래도 외야에 있다 보면 팬들의 말이 다 들린다. 듣다 보면 팬분들의 열정이 나날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선수들이 그 응원에 정말 많은 힘을 받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정말 준비를 잘하려 한다. 내년 시즌에도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