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김택연 수줍은 고백 "트로피 무게에 깜짝 놀라, 소감 잊어버릴 뻔", 꿈만 같던 열아홉 시즌 보상받았다 [KBO 시상식 현장]

잠실=양정웅 기자  |  2024.11.26 18:44
두산 김택연이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산 김택연이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 투수인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예상대로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OB-두산 베어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8번째 쾌거였다.///////


김택연은 2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신인상을 받은 김택연은 트로피와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김택연은 총 101표 중 93표(92.08%)를 획득, 한화 황영묵(3표)과 SSG 정준재, 조병현(이상 2표), KIA 곽도규(1표)를 제치고 최종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인천고를 졸업한 김택연은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받아 두산에 입단했다.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U-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결승전까지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해 팀에 메달을 안겼다. 이에 두산은 전체 1순위 황준서(한화)와 계약금 3억 5000만원을 안겼다.


시즌 전 열린 LA 다저스와 평가전에서 호투하며 기대감을 모은 김택연은 개막 1군 엔트리에 당당히 합류했다. 개막전부터 실점하는 등 열흘 간 퓨처스(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후로는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정철원, 홍건희가 연이어 흔들리며 본격적인 마무리로 낙점된 6월 이후엔 리그 최고 클로저 중 하나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김택연은 최종 60경기에 등판,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하는 등 맹활약했다. 이에 시즌 후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김택연의 투구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택연의 투구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김택연은 "그런 (수상 가능성) 기사를 봤을 때는 '받을 수 있겠다' 생각도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고졸신인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병현이 형이나 (곽)도규 형, (최)지강이 형 등 좋은 후보가 있었기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만장일치 신인왕 이야기도 나왔다. 1983년부터 시작된 신인상에서 만장일치는 단 두 번 나왔다. 1984년 OB 윤석환이 기자단 전체 11명에게 1위표를 받아 첫 영광을 안았고, 12년 뒤인 1996년에는 현대 박재홍이 65표 모두를 쓸어담으며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김택연은 8표를 수집하지 못해 아쉽게 무산됐다.

이에 대해 김택연은 "당연히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로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기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기대는 하지 않았고, 신인왕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만큼(8표) 차이 난 것도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무대 위에 올라가서 받은 트로피는 어땠을까. 김택연은 "작년에 (문)동주 형(한화)이 '트로피 무게가 무겁다'고 했는데, 나도 들어보니 생각보다 무거워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놀라서 수상 소감을 잊어버릴 뻔했다"는 그는 "호명됐을 때 기분이 좋았지만, 마음은 엄청 뛰는데 표현하면 안되니까 많이 누르면서 말하려 했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한 김도영(왼쪽)과 신인상을 수상한 김택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한 김도영(왼쪽)과 신인상을 수상한 김택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4시즌을 돌아본 김택연은 "물음표가 조금씩은 느낌표로 바뀐 해였다"면서도 "70% 정도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만족하면 절대 안된다"면서 "장점을 살리기 위해 부족한 점을 많이 채워가겠다"고 얘기했다.

이날 MVP를 수상한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은 김택연과 2살밖에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선수다. 김택연은 "도영이 형은 부정할 수 없는, 누구나 인정하는 MVP기 때문에 멋있게 봤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고, 도영이 형도 어린 나이에 이뤄낸 것들이 정말 많아서 대단하다"고 했다.

올해 활약 속에 김택연은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됐고, 필승조로 낙점받았다. 그러나 쿠바전에서 0이닝 2피홈런 3실점으로 흔들리고 말았다. 그는 "많은 교훈을 얻은 뜻깊은 대회였다"면서 "정상 컨디션은 아니라도 타자를 승부할 정도라고 생각해 과감히 승부했는데, 많이 맞아나갔다"고 돌아봤다. 그는 "오히려 마지막에 그런 결과가 나와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제 김택연은 19살이 끝나기까지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그는 "꿈만 같았다"면서 "서울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국제대회, 신인왕 등 모든 걸 생각해 보면 시즌 전에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1군에서 내 공이 통할지에 대한 물음도 많았기 때문에 꿈만 같다"고 전했다.

두산 김택연이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산 김택연이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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