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백업' 설움→'출루왕' 친구 보며 "저런 날 올까" 했는데... '대학동기' 홍창기-조수행 마침내 함께 상 탔다

양정웅 기자  |  2024.11.27 10:38
두산 조수행(왼쪽)과 LG 홍창기가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행 인스타그램 갈무리 두산 조수행(왼쪽)과 LG 홍창기가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행 인스타그램 갈무리
대학교 동기로 10년 넘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조수행(31·두산 베어스)과 홍창기(31·LG 트윈스)가 나란히 타이틀홀더가 돼 같은 무대에 섰다. 둘 다 서로에게 축하를 전했다.


홍창기와 조수행은 2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각각 출루율상-우익수 부문 수비상과 도루상을 차지했다.

올 시즌 홍창기는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6(524타수 176안타), 5홈런 73타점 96득점 10도루, 출루율 0.447 장타율 0.410, OPS 0.857의 성적을 거뒀다.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개인 3번째 출루율 1위에 올랐고, 2년 연속 우익수 부문 수비상의 영광도 안았다.


조수행은 2024시즌 130경기에서 타율 0.265(328타수 87안타), 0홈런 30타점 60득점 64도루, 출루율 0.334 장타율 0.293, OPS 0.627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박해민(당시 삼성, 60도루) 이후 처음으로 60개 이상의 도루를 달성하면서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미 몇 차례 시상식에 참석했던 홍창기는 비교적 여유롭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 트레이닝 파트 등에 고마움을 전한 그는 "2년 연속 좋은 자리에 왔는데 내년에도 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비상 수상 때는 "아쉬운 수비들도 많았는데 내년엔 노력해서 편안하게 보실 수 있게 수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LG 홍창기(왼쪽)와 두산 조수행이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홍창기(왼쪽)와 두산 조수행이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처음으로 수상한 조수행은 할 말이 많은 듯 긴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백업 생활이 길었는데 이 상을 받을 거라 한 번도 생각 못했는데 영광이다"면서 "믿어주신 이승엽 감독님, 만년 백업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감독님이 편견 깨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 트레이닝 파트에도 고마움을 전한 조수행은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자리에 없지만, 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상을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빠에게 꼭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해 감동을 전했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홍창기는 건국대 12학번 동기인 조수행에게 "프로의 꿈을 키우면서 야구를 했던 친구이기에 너무 좋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수행이보다 시상식은 몇 번 더 와봤기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떨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가벼운 걸 많이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느낀 점을 많이 얘기해줬다"고 했다.


본인의 경험을 얘기하며 "처음에는 너무 많이 떨리고, 지금도 떨린다"며 "항상 시상식이라는 자리는 그렇다"고 말한 홍창기. 그러면서 "(조)수행이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말을 잘했고, 떠는 모습도 없어서 확실히 나보다 말을 잘한다"며 웃었다.

LG 홍창기(오른쪽)가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우익수 부문 수비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홍창기(오른쪽)가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우익수 부문 수비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조수행 역시 "(홍)창기와 이야기를 많이 했고,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창기는 빠르게 타이틀을 많이 받았고, 나는 계속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며 "'나도 저런 날이 있을까' 맨날 물음표만 있었는데 같이 받게 되니까 너무 기뻤다"고 밝혔다.

두 선수 모두 1군 주축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16년 나란히 프로에 입단한 후 홍창기는 군 복무(경찰 야구단) 등으로 인해 첫 4년 동안 1군에서 3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후 2020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낸 뒤 202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4할이 훌쩍 넘는 출루율을 선보이며 리그를 대표하는 '출루머신'이 됐다.

대학리그 최고의 주력을 보여줬던 조수행은 두산 입단 후 홍창기에 비해 많은 1군 기회를 받았지만, 대부분 대주자와 대수비 등으로 출전했다. 2022년까지 단 한 번도 200타석 이상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이승엽 감독 부임 후 지난해 249타석, 올해 382타석으로 '반 주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산 조수행이 27일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 종료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두산 조수행이 27일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 종료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단상에서) 무슨 생각으로 얘기한 건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은 조수행은 "백업 생활이 많이 길었다 보니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상을 받았을 때 과거로 자꾸 돌아가서 힘들었던 시절이 많이 생각나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했던 게 이 자리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2010년대 이후 대졸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홍창기와 조수행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존재다. 조수행은 "대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힘이 됐으면 좋겠고, 대졸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홍창기는 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혔다. 첫 2경기에서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일본전에서는 NPB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 타카하시 히로토(주니치)에게 1회 선두타자 안타와 2회 선제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대회를 돌아본 홍창기는 "처음으로 가서 좋은 선수들과 야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쉽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아 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너무 아쉬웠다"고 털어놓은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돌아간다면 시즌 때처럼 과감하게 할 것이다"고도 얘기했다.

홍창기(오른쪽)가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안타를 때려낸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홍창기(오른쪽)가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안타를 때려낸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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