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샌프란시스코 팬 시절 꼬마 브랜든 크로포드(위)와 2016년 샌프란시스코 선수로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재현한 브랜든 크로포드. /사진=브랜든 크로포드 개인 SNS 갈무리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브랜든 크로포드의 은퇴를 알렸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SN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28일(한국시간) 공식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메이저리그 14시즌을 뛰고 그중 1655경기를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크로포드가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멋진 추억을 선물해준 크로포드에게 고맙다"고 은퇴 소식을 알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 출신의 크로포드는 UCLA 대학을 졸업 후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됐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해 2023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전 사장의 전력 외 통보와 불화로 인해 202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했고 올해 8월 방출됐다. 통산 성적은 1682경기 타율 0.249(5646타수 1404안타) 147홈런 748타점 674득점 47도루, 출루율 0.318 장타율 0.395 OPS(출루율+장타율) 0.713.
어린 시절부터 샌프란시스코 팬으로 유명하다. 윌 클락 등 구단 레전드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공연하게 알려졌고, 2016년에는 1992년 9월 28일 만 5세 때 캔들스틱 파크(당시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찍었던 사진을 재현하기도 했다.
은퇴 소감을 자신의 SNS를 통해 밝힌 크로포드는 "베이 에어리어에서 자라 캔들스틱 파크로 샌프란시스코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난 항상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는 걸 꿈꿨다"며 "고향팀에 드래프트돼 대부분의 커리어를 그곳에서 샌프란시스코 선수들과 함께 보낸 것은 내가 어릴 적 가졌던 그 어떤 꿈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나는 분명 뒷마당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꿨지만, 그걸 내가 두 번이나 해냈다는 건 믿지 못 할 일이다. 내가 꿈꾸던 그 이상의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어린 시절 브랜든 크로포드가 라이벌 LA 다저스를 싫어한다는 문구의 모자를 쓰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브랜든 크로포드 개인 SNS 갈무리
샌프란시스코 전설 윌 클락(오른쪽)의 품에 안겨 있는 브랜든 크로포드. /사진=브랜든 크로포드 개인 SNS 갈무리
크로포드는 단순히 고향 팀이자 응원팀에 지명됐을 뿐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2010년대 짝수 해 왕조와 전성기를 연 구단 최고의 선수 중 하나가 됐다. 선수 생활 초창기에는 공격보단 수비에서 인정받으며 샌프란시스코의 2012년,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4년부터는 공격적인 부분도 눈을 떠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2014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전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쏘아 올린 만루홈런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유격수 최초의 것이기도 했다. 2015년에는 143경기 타율 0.256, 21홈런 84타점 OPS 0.782를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이후 2년 더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17년 월드 베이스 클래식(WBC)에서는 미국 야구 국가대표팀에 뽑혀 우승을 이끌었다. 2021년이 커리어하이였다. 138경기 타율 0.298, 24홈런 90타점 OPS 0.895를 기록하며 MVP 4위에 올랐다.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하락세를 겪었으나, 그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뛴 1655경기는 구단 유격수 중 1경기 모자란 역대 2위 기록이며, 홈런 146개는 프랜차이즈 유격수 역대 최다이다.
프랜차이즈 최고 유격수 반열에 오른 그의 퇴장에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크로포드와 함께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함께 지명받아 팀 동료로 뛰었던 버스터 포지(37)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크로포드를 친구이자 동료로 알고 지낼 수 있어 영광이었다. 2008년 지명 첫날부터 2021년 마지막 해에 함께 뛴 날까지 그와 14년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브랜든 크로포드의 은퇴를 알렸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SNS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브랜든 크로포드의 은퇴를 알렸다. 현역 시절 크로포드와 버스터 포지.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SNS
그러면서 "크로포드가 2014년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기록한 만루 홈런부터 마이애미 말린스 원정에서 기록한 7안타 경기 그리고 현란하고 아크로바틱한 수비까지, 그는 몇 안 되는 운동선수만 남길 수 있는 족적을 남겼다. 우리의 우정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며, 앞으로도 그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행운을 빌었다.
래리 베어 샌프란시스코 CEO 역시 "크로포드의 경기를 보는 건 나뿐 아니라 전 세계 샌프란시스코 팬들에게 엄청난 특권이었다. 그는 올스타,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수상자였으며, 월드시리즈 2회 우승에 기여했고 루게릭상과 윌리 맥상을 받았다. 언제나 품격과 명예 그리고 존중을 보여줬던 선수"라고 경의를 표했다.
이어 "우리가 지난 16년간 그와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축복이었다. 크로포드가 남긴 유산은 팬, 팀 동료, 그리고 그를 존경하며 자란 미래 세대 선수들에 의해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로포드는 5명의 아이를 둔 가장이자, 뉴욕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의 처남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야구는 내 삶의 일부였고, 남은 인생 동안 야구가 내게 준 기회와 경험에 감사할 것이다. 시간은 소중하다. 그동안 내가 사랑하는 야구를 하며 보낸 세월에 감사하지만, 이제는 내가 가장 감사했던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은퇴 소감을 마저 전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2025년 4월 26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크로포드의 은퇴식을 열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