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가 지난 24일 2024 곰들의 모임에서 새 주장으로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타율 0.314 17홈런 94타점, 출루율 0.379, 장타율 0.479, OPS(출루율+장타율) 0.858.
그럼에도 '살아 있는 전설' 양의지(37·두산 베어스)에겐 불만이 남는 시즌이었다. 119경기에 나서 2019년 이후 가장 적은 경기에 나섰고 역대 최다 타이 골든글러브 수상 자격도 무산됐다.
38세 시즌을 준비하는 양의지는 '포수 GOAT'라는 공고한 지위에도 다시 한 번 결의에 찬 자세로 오프시즌 모드에 돌입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7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후보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포수와 야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 수 X 5이닝) 이상 수비로 나선 모든 선수가 후보 명단에 오를 수 있는데 양의지는 올 시즌 포수 마스크를 쓰고 608⅓이닝만 소화해 자연스레 후보에서 제외됐다.
2014년부터 2017년 단 한 번만 빼고 9회 수상을 한 양의지다. 한 번만 더 받으면 이승엽 두산 감독과 10회 수상자로 나란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는 KBO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미 지난해 포수로 황금장갑을 차지하며 김동수를 제치고 포수 최다 수상(8회) 기록을 갈아치웠던 양의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포수로만 잠깐 경기에 나선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후보 자격을 갖췄다면 어땠을까. 박동원(LG), 장성우(KT), 강민호(삼성) 등과 경합을 벌였을 양의지지만 가장 강력한 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박동원이 20홈런, 장성우가 19홈런을 날렸지만 그 외 수치에서 양의지를 위협하기 어렵고 강민호가 높은 타율(0.303)과 19홈런, OPS 0.861에 빼어난 팀 성적까지 양의지와 경합을 벌일 후보군이었다.
지난 24일 2024 곰들의 모임 현장에서 만난 양의지는 시즌을 돌아보며 "올해 생각보다 잔부상도 많고 (포수) 이닝수를 보니까 너무 안 나가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화가 나더라"며 "내가 준비한 게 이것 밖에 안 돼 '잘못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건강한 시즌이 있다면 아픈 시즌도 있지만 생각을 덜어버리고 내년에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잘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유독 체력 부담이 많은 포수로서 롱런하고 있는 양의지는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그러나 몸 상태가 온전했던 건 아니다. 성치 않은 상태로 시즌을 완주했지만 포수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날이 많았다.
더 뼈아팠던 건 가을의 아픈 기억이다. 쇄골 부상을 입은 양의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벤치를 지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엔트리엔 이름을 올렸지만 수비로만 잠깐 나선 게 전부였다.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양의지는 "보고 있는데 가슴속으로는 눈물이 나더라. 팀에 너무 미안했다"며 "그래도 팀원들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제가 더 책임감을 갖고 준비를 해서 내년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자유계약선수(FA) 허경민은 KT 위즈로, 김재호는 은퇴를 선언했다. 한 순간에 최고참이 됐고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다. 양의지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저도 그런 시간이 언제쯤은 오겠지만 우선은 새로운 친구들이 자리를 잘 메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선배로서 제2의 김재호, 허경민이 될 수 있게 많이 도와줘야 될 것 같다"고 책임감을 나타냈다.
이어 "(양)석환이가 잘했는데 감독님이나 스태프에서 저를 주장으로 임명해 주셨는데 책임감이 크다"며 "내년에는 뭔가 해야 되겠다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왔다.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으로 임명된 양의지는 팬들 앞에서 주장으로서 첫 인사를 했다.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주전 안방마님을 맞이했다. 개인적으로나 팀에 모두 아쉬움 가득했던 시즌을 마쳤다. 38세 시즌에 다시 한 번 불타오를 양의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곰들의 모임 행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양의지. /사진=안호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