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 사진=고스트스튜디오 28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소방관'의 배우 주원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소방관'에서 서부소방서에 첫 발령 받은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은 주원이 맡았다. 주원은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가는 사회 초년생의 패기와 불안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소방관'은 2020년 크랭크업 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개봉하지 못하다가 약 4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주원은 "그 어떤 영화보다 기다렸다. 이 영화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기대감이 있었고, 다른 영화와는 달리 사명감 같은 게 있었던 영화다. 저는 '굿닥터'나 몇 작품은 작품에 임할 때 '이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소방관'도 그런 영화였던 것 같다. 오랫동안 기다렸고 매해 '언제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오매불망 기다렸다"고 밝혔다.
그는 대본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제가 부끄럽지만,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대본을 보면서 믿기지 않았다. 소방관 분들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수박겉핥기 식으로 알았지 목장갑을 끼고, 방수복을 입고 일했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지금은 변한 부분이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더라. 이 영화를 찍으면서 좀 더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주원 / 사진=영화 '소방관' 스틸컷 이에 대해 주원은 "사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곽도원의 음주운전 논란은) 제 영역이 아니다. 감독님은 개봉을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지 속상했다"며 "어쨌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니까 (곽도원 리스크 때문에) '진심이 전달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촬영 내내 배우, 스태프, 감독님, 현장에 머무는 소방관님들까지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매일 애썼는데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곽경택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주원이 곽도원과 일대일로 붙을 때 기 싸움에서 밀릴까 봐 걱정했다"고 말한바. 이에 주원은 "다행히도 제 성격이 기 싸움을 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웃으며 "주변에서 기 싸움을 하려고 해도 제가 눈치를 못 챈다. 지인들이 네가 승자라고 하더라. 그거 자체를 눈치 못 채는 스타일이라서 배우들이 예민할 때도 그냥 '이 신이 힘들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원은 '소방관' 현장에 대해 "감독님 성향이 화 한번 내시는 분도 아니고 배우, 스태프들 다 품고 가는 엄마 같은 느낌. 곽 감독님 작품을 보고 자란 세대라서 어떻게 보면 감독님 보고 긴장할 수도 있는데 너무 편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할 때 따로 뭔가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았고, 감독님도 그런 스타일이었다. 저 또한 이 대사를 어떻게 치면 좋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몇몇신은 감독님과 얘기를 오래 했던 신도 있었는데 감독님은 편하게 하라고 하셔서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 주시니까 뭔갈 만들어내는 게 더 어색하다. 그 환경에 들어가서 뱉으면 됐다. 배우들도 편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원 / 사진=고스트스튜디오 이어 소방관 역할을 위해 사전 훈련을 진행했다며 "소방 기본 훈련은 배우들 다 같이 가서 받았다. 레펠 타고, 불 끄는 자세 등을 주로 배웠고, 배우들이 친해지기 전에 다 같이 훈련을 하러 가서 그 과정에서 많이 가까워졌다. 서로 몸도 부딪히고, 웃으면서 편하게 훈련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소방관'에서는 실제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씬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주원은 "제 감정 연기에 도움이 됐다. 사실 처음에는 못 들어가겠더라.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것도 있었고, 몸에 뭘 발라주셨는데도 처음으로 큰불을 눈앞에서 보니까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면서 "근데 철웅이 입장을 연기하면서는 많은 도움이 됐다. 여러 현장을 나가지만 화재 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 오랫동안 일하신 분들은 익숙할 수 있지만 철웅이 입장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이 클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은 억지로 요구하지 않으신다. 억지스럽고 끌어올려야 하는 부분. 그런 환경을 오롯이 만들어 주시고, 들어가기만 하면 그 상태가 되는 현장이 너무 감사했다"면서 "CG가 인간이 만들어낸 것보다는 완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돈을 투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여건이 그러지 못하고, 그럴 때는 실제로 만든 환경이 더 리얼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배우들은 괜찮았고, 스태프들이 더 걱정됐다. 한 컷 한 컷 촬영이 끝날 때마다 스태프들의 하얀 마스크가 까만 마스크가 되더라. 너무 걱정이 많이 됐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또한 화재 현장 촬영 중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사실적으로 하기 위해 건물 안에 연기를 채웠더니 배우들이 화면에 안 나오더라.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라이트를 켜고 있는데도 시야가 좁아졌다. 마음 같아서는 그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뭐든 조심하고, 현장에서 뭘 하면 안 되는지 사소한 것도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찍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원 / 사진=고스트스튜디오 이어 "매 작품이 그렇지만 배우로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희망은 있다. 제가 9년 만의 스크린 복귀라서 사실 더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날 시사회하고 배우들끼리 '우리 영화 너무 좋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유재명 선배가 '배우들은 항상 안 되는 걸 생각해야 한다. 그것 또한 받아들이는 게 배우들의 몫이 아니겠냐'라는 말씀하시더라. 배우들이 기대에 부풀어있지만, 조금은 차분해졌다"고 웃었다.
주원은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신비주의라는 것도 있었는데 요즘은 소통을 많이 하고,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하더라"라며 "근데 제가 평소에도, 배우 활동하면서도 안전주의자 면모가 강하다. 그래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덜컥 막힌다. 근데 이제는 다양하게 하고 싶고, 멋진 거만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저도 작품을 고를 때나 일을 할 때 뭐든 허용되는 느낌이다. 다양한 걸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방관' 개봉을 앞둔 데 대해 "현재 저는 만족하는 상태다. 내 행보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서 내가 선택했고,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다 내 새끼 같은 애들인데 무사히 찍었고, 작품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배우들과도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낸 점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인간으로서 만족하는 것 같다. 내 일도 일인데 함께 일하는 하는 과정에서 뿌듯하고 보람찼느냐가 중요한 사람이라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kind=link}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