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가운데) IBK기업은행 감독이 최정민(왼쪽)과 육서영을 앞에 두고 전술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V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김호철(69) IBK기업은행 감독이 작심발언을 했다. 선수들의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경기의 핵심이었다.
IBK기업은행은 8일 오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에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0-3(15-25, 21-25, 12-25)으로 완패했다.
무기력했다. 홈 팬들 앞에서 IBK기업은행은 시종일관 현대건설에 끌려다녔다. 어렵게 점수를 내고 쉽게 실점을 허용했다. 분위기를 올릴 만할 때는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아쉬움을 삼켰다. 흐름을 되찾으려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적재적소에 불렀던 김호철 감독도 경기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김호철 감독은 이례적으로 쓴소리했다. 경기 소감을 묻자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이 지친 것 같다. 몸이 안 되니까 정신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졌다"라며 "경기장에서 하려고 하는 의지나 눈빛이 보여야 한다. 오늘은 안 되더라"라고 밝혔다.
김호철(오른쪽) 감독이 천신통(왼쪽)에게 작전 지시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주포 빅토리아(24)도 힘을 못 썼다. 지난달 현대건설과 2라운드 맞대결 당시 32점을 몰아쳤던 빅토리아는 8일 경기에서 10점에 묶였다. 공격 성공률도 21.6%에 불과했다.
다만 김호철 감독은 부진했던 빅토리아를 감쌌다. 오히려 지쳤을 법한 빅토리아의 정신력을 높게 샀다. 김호철 감독은 "(빅토리아의 컨디션이 제로(0)였다. 오늘 안 될 것 같아 뺄 생각도 했다. 본인이 계속 뛰겠다더라"라고 전했다.
국내 선수들에게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호철 감독은 "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여야 한다. 흥국생명과 하면서 모든 걸 쏟아내 힘들고 지친 것 같았다. 때문에 현대건설과 경기 전까지 연습도 없이 계속 쉬었다"라며 "(선수들은)의욕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쉽다. 피곤하고 힘든 사실을 '아니다'라고 넘길 수는 없지만, 선수로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상대의 무기력한 경기에 강성형(54) 현대건설 감독은 "손쉽게 이겼다.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고 평했다.
3연패에 빠진 IBK기업은행은 3위 수성도 위태로워졌다. 13경기 승점 22에 머무르며 4위 정관장(13경기 21점)에 1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2라운드 패배 설욕전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3연승을 달리며 10승 3패 승점 30째를 마크했다. 1위 흥국생명(12경기 34점)과 승점 4차이다.
산 넘어 산이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경기에서 개막 후 12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을 만난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전에는 상대를 분석하고 약속하고 나온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힘든 경기를 한다"며 "이렇게 저렇게 다 해봤는데, 선수들이 움직이질 못하더라. 얘기할 게 없었다. 다음 경기는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