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 /AFPBBNews=뉴스1
손흥민(32)을 비롯한 키 플레이어의 부진, 지난 시즌부터 거론됐던 상대 세트 피스에 대한 허술한 수비력, 앤지 포스테코글루(59) 감독과 일부 선수들의 불화 등이 중위권으로 내려 앉은 토트넘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라운드 안에서는 토트넘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의 성과는 '월드 클래스'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가 2023년 클럽 재무 자료를 통해 집계한 '2024 풋볼 머니 리그'에 따르면 토트넘의 매출 규모는 유럽 프로축구 클럽 가운데 전체 8위다.
10일(한국시간) 현재 EPL에서 1~3위에 올라 있는 리버풀, 첼시, 아스널과 토트넘의 풋볼 머니 리그 순위는 엇비슷하다. 리버풀은 전체 7위, 첼시와 아스널은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비즈니스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만 정작 리그 성적은 별로라는 토트넘에 대한 세간의 비판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토트넘의 진짜 문제는 선수 영입 등 투자에 인색한 다니엘 레비(62) 회장이라는 얘기가 올 시즌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토트넘은 2023년 매출 대비 선수 연봉 지출 비율이 46%에 불과했다. '2024 풋볼 머니 리그'에서 매출 규모 10위권 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10위권에서 이 비율이 50%가 안 되는 클럽은 토트넘 뿐이었다.
'2024 풋볼 머니 리그'에서 유럽 클럽 가운데 전체 매출 규모 4위로 평가받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매출 대비 선수 연봉 지출 비율이 51%였다. 맨유도 토트넘과 비슷하게 매출 규모에 비해 리그 성적(13위)이 매우 부진한 편이지만 적어도 토트넘처럼 선수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손흥민(오른쪽) 등 토트넘 선수들이 지난 11월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AS로마와 경기에서 골을 놓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또한 2023년 경기장 입장 수입도 1억 3500만 유로(약 2032억 원)로 상승했다. 이는 새로운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이 완공되기 전과 비교했을 때 무려 3.5배 가량 오른 액수다.
이 와중에 토트넘은 2024~2025시즌에 돌입하면서 시즌 티켓 가격을 6% 인상했다. 이에 따라 레비 회장은 300만 파운드(약 55억 5500만 원)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2024년 레비 회장의 연봉은 358만 파운드(약 65억 원)다. 여기에 보너스까지 합치면 120억 원 정도를 벌게 된 셈이다.
토트넘 팬들은 이 때문에 정작 선수 투자에는 돈을 아끼면서 경영 실적으로 자신의 연봉과 보너스만 높인 레비 회장에 대해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물론 이들은 레비 회장이 클럽의 CEO 역할을 하는 입장에서 매출 증대에 공이 크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토트넘이 오랫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무관의 팀'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구단 경영 방식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레비 회장은 토트넘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투자회사 ENIC 인터내셔널의 지분을 29.88% 소유하고 있다. ENIC 인터내셔널은 조세 피난처인 카리브해 연안 국가 바하마에 등록된 회사로 지난 2022년 토트넘이 유상증자를 할 때 1억 5000만 파운드(약 2730억 원)를 더 투자했다. 이후 레비 회장은 비록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파리 생제르맹(PSG)의 카타르인 사장과 만나 토트넘의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실 토트넘은 잉글랜드 축구 클럽 가운데에서도 전통적으로 이재(理財)에 밝은 구단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 시작점은 어빙 스콜라(77)였다. 성공한 유대인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스콜라는 1982년 토트넘의 구단주가 됐다.
그는 TV 화면에 곧 유니폼 스폰서 회사의 로고가 노출될 것으로 판단하고 토트넘 구단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그가 구단을 상장하자 다른 구단들도 뒤를 따랐다. 스콜라의 과감한 결정은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상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앨런 슈가 전 토트넘 구단주. /AFPBBNews=뉴스1
슈가 구단주가 위성 TV와의 독점 중계권 계약에 찬성했던 이유는 그가 당시 접시 모양의 위성 TV 수신 안테나를 만드는 암스트레드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BskyB와의 중계권 계약이 체결됐고 암스트레드의 주식은 상승했다. 그는 암스트레드의 주가 상승으로 순식간에 600만 파운드(약 109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
토트넘은 예나 지금이나 사업 수완이 좋다. 한 마디로 '돈'을 버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토트넘의 리그 우승은 지난 1960~1961시즌이 마지막이었다. 2007~2008시즌 들어올린 EFL(리그 컵 대회)가 토트넘이 획득한 마지막 우승 트로피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대조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토트넘의 '두 얼굴'이다.
이종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