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김도영 다음이네요" 완벽해서 더 아쉬운 '120억 사나이', 토종 자존심 지켰다 "더 강해져야 한다" 다짐

삼성 구자욱이 13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데뷔 후 최고의 기록을 써냈지만 시즌 최우수선수(MVP)도, 골든글러브 최다득표도 모두 그의 몫은 아니었다. 너무도 커다란 산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자욱(31·삼성 라이온즈)은 13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효표 288표 중 260표를 받아 득표율 90.3%로 당당히 외야수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202안타로 KBO 최다안타 신기록을 쓴 빅터 레이예스(롯데·55.9%)도 크게 압도한 몰표였다. 2022시즌을 앞두고 비 FA(자유계약선수) 5년 120억원 다년 계약 잭폿을 터뜨린 구자욱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129경기에서 839⅓이닝 동안 외야 수비에 나섰고 타율(0.343)과 타점(115), 출루율(0.417) 4위, OPS(출루율+장타율·1.044) 2위, 장타율(0.627) 3위, 홈런(33) 5위 등 타격 대부분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탯티즈 기준 조정득점생산력(WRC+)는 162.3으로 김도영(172.5) 다음이었고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5.69로 김도영(8.32), 멜 로하스 주니어(KT·6.50), 송성문(키움·6.13)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구자욱(왼쪽)이 박진만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 받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3번째 골든글러브 주인공이자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토종 외야수 골든글러버가 된 구자욱은 "올 시즌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다. 모두 팬분들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감동적인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열심히 할 수 있게 항상 도와주신 감독님과 삼성 열혈 팬이신 이종열 단장님께 감사말씀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후 만난 구자욱은 "한 번은 운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세 번째 수상이라 더 뜻깊다. 내년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상"이라며 "저라도 받아서 토종 외야수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자극제가 됐고 너무나 좋은 선수들이다. 에레디아 선수도 누가 봐도 받는 게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성적이었기 때문에 그 선수들도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경쟁자들에 대한 존중을 나타냈다.

데뷔 후 가장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한국시리즈에서는 부상으로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고 MVP와 골든글러브 최다 득표 영예 또한 김도영에게 넘겨줘야 했다. 득점(143), 장타율(0.647), OPS(1.067) 1위, 홈런(38) 2위, 타율(0.347), 안타(189), 출루율(0.420) 3위,

도루(40) 6위, 타점(109) 공동 7위 등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김도영은 280표, 97.2% 득표율로 올 시즌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구자욱은 "매 시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에는 김도영이라는 너무 좋은 선수가 한국 야구에 나타나서 같은 선수로서 너무나 기쁘고 좋다"며 "어린 선수가 커리어 첫 걸음인데도 한국 야구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성적을 냈다. 개인적으로는 MVP급 활약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말했다.

압도적 득표율로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KIA 김도영. /사진=김창현 기자

수상 자체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느꼈던 구자욱은 시상식이 종료된 후에야 자신의 득표율을 확인했다. 90.3%라는 득표율에 놀라면서도 김도영에 이어 최다 득표 2위라는 말에 "계속 김도영 다음이다. 그런가보다 했다"라고 웃으며 "투표해 주신 기자분들에 감사하고 한국인이라서 더 많은 투표를 받은 것 같다. 득표율이 높아서 더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장의 역할을 맡고도 개인 기록도, 팀 성적도 모두 예상을 크게 웃도는 한 해를 보냈다. "정말 기적 같은 시즌을 보냈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많이 될 것 같다. 갑자기 잘했던 선수들도 있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갖고 연습이나 경기에 임할 것"이라면서도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올 시즌에 부족했던 걸 잘 채워서 내년 시즌 준비하는데 생각을 다 잡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해야 될 것 같다. 아직 강팀이 아닌 강팀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는 약하고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나 연습,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겸손한 태도를 나타냈다.

개인 타이틀이 없다는 건 옥에 티였다. 스스로도 수상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구자욱은 "타격 타이틀은 야구하면서 하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득점인데 선수들이 도와줘야 할 수 있는 상이었다"며 "모든 부분에서 상위권을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 상당히 크다. 어떤 상을 꼭 받고 싶다기보다는 어떤 상이든 받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고 생각한다. 타이틀은 운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골든글러브가 1년 중에 가장 큰 목표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이틀 홀더보다는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는 골든글러브 연속 수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델 같은 핏을 자랑하며 레드카펫을 걸어나오고 있는 구자욱. /사진=김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