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시환.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 1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24 신한SOL 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의 모든 공식 일정이 마무리됐다.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주인공들에게 많은 시선이 쏠렸지만 유독 관심을 받지 못한 구단이 있었으니 바로 한화였다.
이번 시상식에선 우승팀 KIA 타이거즈에서 3명, 준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2명, LG 트윈스와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가 각 1명씩 총 10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화도 올 시즌을 KT에서 뛰었던 엄상백을 제외하면 투수 류현진, 포수 최재훈, 3루수 노시환, 유격수 이도윤까지 4명의 후보자가 있었으나 이도윤이 2표, 최재훈과 노시환이 1표씩 받는 데 그쳤다.
골든글러브는 해당 포지션에서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각 포지션에서 2,3위를 하더라도 받을 수 없는 매우 귀한 상으로 선수들에겐 꿈같은 영예다.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에서 2표를 받은 이도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냉엄한 한화의 현실이다. 지난해엔 홈런과 타점왕에 오른 노시환이 3루수에서 수상했고 2021년 정은원이 2루수에 이름을 올렸지만 2016년 김태균(지명타자) 이후 8년 동안 한화가 배출한 수상자는 이 둘이 전부였다.
물론 올 시즌 한화의 행보가 무의미했던 건 아니다.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감독 교체 이후 중심을 잡았고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승수(66승)를 올렸다.
자유계약선수(FA) 이적생 안치홍이 중심을 잡았고 김태연과 황영묵, 최인호, 장진혁(KT) 등이 성장세를 보였다. 시즌 막판 권광민도 큰 희망을 안겨줬다. 다만 야수진에서 확실한 스타성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골든글러브 저조한 득표의 원인이었다.
투수 가운데서도 류현진이 10승을 거뒀지만 기대와 달리 시즌 초반 부침을 겪어 골든글러브에선 득표에 실패했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도 후반기엔 맹활약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5.17에 그쳤다.
그러나 신구장에서 새로 시작할 내년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외국인 선수를 일찌감치 잘 데려왔고 FA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올 시즌 가능성을 보인 영건들의 활약에도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올 시즌엔 골든글러브 수상자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선수였는데 한화에선 한 명도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화의 1년 외인 농사가 실패였다는 걸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가 최근 영입한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FA 영입생도 주목해봐야 한다. 한화는 시장 개장 직후 유격수 심우준을 4년 최대 50억원에 영입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올해 전역한 심우준은 발 빠른 수비형 유격수로 충분히 리그 상위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다.
선발 투수 엄상백도 4년 최대 78억원에 데려왔는데 올 시즌 13승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20대 투수이기에 충분히 향후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큰 투수다.
여기에 올 시즌 부침을 겪은 노시환은 물론이고 올 시즌 반등한 김태연과 황영묵, 권광민 등도 좋았을 때의 모습을 내년 시즌에도 이어간다면 충분히 골든글러브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법한 선수들이다.
2025년은 한화에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지난해 류현진 영입 등으로 인해 '리빌딩은 끝났다'고 외쳤지만 내년이야말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시즌 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 여부를 떠나 얼마나 많은 득표를 했느냐가 결국 한화의 성과와 직결될 수 있다. 그만큼 각 포지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많아진다면 한화의 성적은 자연스레 동반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FA 이적생 심우준.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