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재현이 지난 15일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자선행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대전고를 졸업한 김재현은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76순위로 히어로즈 지명을 받았다. 2015년 1군 데뷔 후 통산 5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1(851타수 188안타) 7홈런 81타점 76득점 1도루, 출루율 0.274 장타율 0.288을 기록했다. 10년간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출장한 것이 2년(2018년, 2024년), 타율 0.243, OPS(출루율+장타율) 0.578을 기록한 올해가 커리어하이인 평범한 백업 포수다.
본인도 놀란 계약이었다. 최근 열린 팬 초청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 자선행사'에 참가해 스타뉴스와 만난 김재현은 "연봉 협상을 하러 갔는데 다년계약을 제시해 주셨다. 하루 동안 고민했다. FA나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이렇게 한 팀에서 오래 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히어로즈에 오래 남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6년이란 기간은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다. 구단에선 내가 아프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기간을 6년으로 본 것 같다. 내가 꾀를 부리는 타입이 아니고 어디 공을 맞아도 웬만하면 다 참고 아프지도 않는 타입이긴 하다"고 미소 지었다.
김재현(오른쪽)과 아리엘 후라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주위의 반응도 뜨거웠다. 다른 팀 백업 선수들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29·FA)과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있었다. 김재현은 "안 그래도 (김)하성이랑 (이)정후한테는 계약을 어떻게 할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뭘 고민해, 축하해'라면서 밀어줬다"고 웃으면서 "다른 백업 선수들이 전화 온 것도 기억에 남는다. 백업 선수에게 다년 계약이라는 게 생소하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한다.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도 된다는 말에 나도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김재현이란 이름은 키움 더그아웃이나 인터뷰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이기도 하다. 신인들은 "(김)재현이 형 덕분에 적응이 빨랐다"고 하고, 외국인 선수들은 "편하게 해준다, 믿고 던진다"고 한다. 올해도 아리엘 후라도(28·삼성 라이온즈),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KT 위즈)외국인 선수들을 전담해 23승을 합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키움 구단은 계약의 이유로 "김재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담이 큰 포수 포지션을 맡고 있음에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와 책임감 있는 자세로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는 선수다. 앞으로도 포수조 최고참으로서 김동헌, 김건희 등 후배 포수들의 성장을 돕고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비결에는 절친들의 하소연도 놓치지 않은 세심함에 있었다. 여기에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다르게 대화를 풀어간다. 김재현은 "미국에 간 (김)하성이나 (이)정후가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걸 들으니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들도 똑같겠다 싶어서 더 다가간 것도 있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괜히 먼저 장난도 치고 맛있는 음식도 추천해주고 근황도 물어보면서 먼저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김재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외국인 선수도 먼저 찾는 친화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오랜 시간 히어로즈에서 함께한 하영민(29)은 "(김)재현이 형은 투수 입장에서도 정말 힘이 많이 되는 포수다. 재현이 형은 그날의 내 공과 구위에 대해 솔직하게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준다. 어린 선수들도 좋아한다. 후배들이 다가가기 좋게 장난도 잘 치고 잘 챙겨준다. 정말 다년계약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김재현은 프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758⅓이닝으로 기준인 750이닝을 처음으로 넘긴 덕분이다. 이에 김재현은 "솔직히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민망하다. 하지만 올해처럼 경기에 많이 나가서 또 후보에 들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년계약도 맺었으니 더 열심히 하려 한다. 부담도 살짝 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가성비 있는 계약'이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수비적으로 충분히 밥값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지만, 타격도 보완해 올해보단 무조건 잘하고 싶다. 구단과 내가 서로 WIN-WIN(윈-윈)하는 6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