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변신 1차지명 'ERA 9.56→4.35' 환골탈태, 조상우 보낸 꼴찌팀 '신의 한 수'되나

김동윤 기자  |  2024.12.22 22:41
키움 주승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키움 주승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키움 히어로즈를 대표했던 마무리 조상우(30)가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면서 시즌 중 주승우(24)에게 마무리 수업을 시킨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는 모양새다.


키움은 지난 19일 올해 KBO 리그 우승팀 KIA로부터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그리고 현금 10억 원을 받으면서 조상우를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구단 설명에 따르면 젊은 선수들을 다수 확보해 리빌딩 기간을 단축하기 위함이었다.

조상우의 트레이드는 2024시즌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조상우는 2025시즌 후 종료 후 FA 자격을 갖춘다. 국가대표 마무리로 활약한 만큼 FA로 나갔을 경우 잔류 가능성이 희박했다. 2025년에도 5강 경쟁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 키움으로서는 남은 1년의 동행이 큰 실익이 없었다.


동행과 이별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대비하기 시작했다. 주승우의 마무리 수업은 조상우와 이별을 대비한 것이었다. 주승우는 송추초(의정부리틀)-영동중-서울고-성균관대 졸업 후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키움에 입단했다. 서울고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로 시작했음에도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을 던지며 대학리그를 평정했고, 구종 습득이 빨라 선발 투수로서 성장이 기대됐다.

키움도 첫 2년은 주승우의 선발 투수 가능성을 시험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2022년 19경기(65⅔이닝) 평균자책점 3.70에서 2023년 17경기(69⅓이닝) 평균자책점 5.58로 갈수록 안 좋아졌고, 1군에서도 패전조에 불과했다. 2년 차인 지난해도 1군 11경기 평균자책점 9.56으로 초라했다.

키움 주승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키움 주승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하지만 올해부터 불펜으로 전환해 1이닝 투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볼 배합과 구종으로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우고 대학 시절 트레이드 마크였던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본연의 스타일로 돌아가자 강점이 살아났다. 불펜으로 시작해 필승조로 승격했고 4월 중순부터는 마무리로 승격해 세이브도 챙겼다. 그렇게 클로저로 변신해 55경기 4승 6패 5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4.35, 51⅔이닝 43탈삼진으로 환골탈태한 채 3년 차 시즌을 마무리했다.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키움의 몇 안 되는 소득 중 하나였다.

수개월에 걸친 마무리 경험은 실패만 맛봤던 어린 투수에게 확신을 줬다. 최근 열린 팬 초청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 자선행사'에 참가해 스타뉴스와 만난 주승우는 "1군 풀타임이 올해가 첫 시즌이어서 굉장히 서툴렀던 것 같다. 그래도 올해 경험을 통해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2024시즌을 돌아봤다.

불펜으로 돌아온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주승우는 "구단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보직에 상관없이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직도 만족스럽다"며 "선발 투수에게 있어 경기 운영은 마라톤 같아서 한 이닝씩 쪼개 집중하려 해도 쉽지 않다. 나는 경기 때는 생각이 많이 없는 편인데도 경기 운영을 신경 쓰다 보니 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런데 불펜으로 바뀌니까 한 이닝, 한 타자에만 집중하면 돼서 힘 있게 던질 수 있다. 이런 게 나랑 또 맞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정말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원 없이 던진 덕분에 현재 자신의 공이 리그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 체득할 수 있었다. 주승우는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점은 내 공을 믿고 자신감 있게 던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쉬웠던 점은 너무 타자와 승부하려고 했던 것이다. 경기 후반에 나갔을 때는 조금 더 정교하게 던져 장타를 최소화했어야 하는데 올해는 스스로 너무 과감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는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경기가 7월 26일 고척 KIA전이었다. 그 경기에서 주승우는 키움이 5-4로 앞선 9회초 올라와 한준수와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진 타자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3할 타자' 최원준이었으나, 두 사람을 투심 패스트볼과 포크로 2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세이브를 올렸다. 반대로 내년에 꼭 극복하고 싶은 타자로는 2024년 KBO 골든글러브 수상자 구자욱(삼성 라이온즈)과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였다.

키움 시절 조상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키움 시절 조상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주승우는 "당시 KIA가 1위 팀이어서 정말 지기 싫었다. 너무 이기고 싶은 경기였고 1점 차다 보니 더 이기고 싶었다. 안타를 맞아 위기였는데 (김)재현이 형이 주문하는 대로 던졌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가장 어려웠던 기억은 구자욱 선수와 로하스 선수였다. 두 선수에게는 어디로 던지든 다 맞히는 느낌이었다. 던질 곳이 없는 느낌이었는데 내년에는 무브먼트에 변화를 주는 등 노력해서 피안타율을 낮춰보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상우로부터 틈틈이 마무리 수업도 받았다. 주승우는 "초반에 마무리를 맡아 어려웠을 때 (조)상우 형에게 직접 찾아가 많은 걸 물어봤다. 마무리로 올라갔을 때 내가 느끼는 긴장도와 팔의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고 하셨던 게 생각난다. 또 구종을 선택하고 마운드를 밟았을 때 느낌이 조금 안 좋다 싶으면 그냥 발을 빼서 타이밍을 보라고 하셨다. 시즌 중에 그런 경험이 실제로 있어 도움이 됐다"고 떠올렸다.

이번 겨울 주승우는 식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균형 잡힌 근력 상승과 구속 증가를 노리고 있다. 올해 철저한 식단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효과를 본 주장 송성문의 모습이 어린 투수의 마음을 자극했다.

주승우는 "올해 (송)성문이 형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형처럼 잘하고 싶어서 따라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나뿐 아니라 다들 성문이 형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며 "올해 내 최고 구속은 154㎞였다. 하지만 더 빨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직구와 변화구를 던졌을 때 팔을 놓는 위치를 동일하게 하는 터널링을 연구 중인데 내년에는 155㎞까지 던지면서 세이브랑 홀드를 합쳐 30개 이상을 올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키움 주승우가 지난 15일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자선행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주승우가 지난 15일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자선행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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