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선수단이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민대 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정규시즌 3라운드 한국전력과 홈경기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KB손해보험은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에 위치한 경민대학교 기념관(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시즌 3라운드 홈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세트 점수 3-0(25-17, 25-23, 25-21)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연승을 이어간 KB손해보험은 7승 9패(승점 21)로 삼성화재(5승 11패·승점 20)를 제치고 4위가 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4연패에 빠진 한국전력은 7승 9패(승점 16)로 6위에 머물렀다.
개막 직전 미겔 리베라 감독의 사퇴 이슈로 흔들렸던 팀이 차츰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나경복, 황택의, 박상하 등 주전 선수들이 차례로 복귀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끝에 3위 우리카드(8승 8패·승점 21)와 승점 차를 지웠다.
KB손해보험으로서는 최근 있었던 여러 악재를 극복하고 이뤄낸 것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28일 '지붕 누수' 등에 의한 안전 문제로 의정부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홈구장 의정부체육관 폐쇄 결정 통보를 받았다.
그때부터 메뚜기 생활이 시작됐다. 12월 1일 OK저축은행과 홈경기는 대한항공의 홈구장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치러졌고, 12월 14일 현대캐피탈전은 OK저축은행의 홈구장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렸다. 선수단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동안 KB손해보험은 의정부시에 위치한 경민대에 임시 홈구장 조성에 최선을 다했다.
KB손해보험이 2024~2025 V리그 정규시즌 3라운드 22일 경기부터 임시 홈구장으로 쓸 경민대 기념관 전경.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경민대의 기존 학사일정을 이유로 16일 저녁 늦게부터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단 5일 만에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기존 구장의 현수막, 코트, 좌석, 조명, 구조물 등을 모두 떼서 옮겨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다.
경기 후 비예나는 "느낌이 이상했다. 아직 적응은 안 됐는데 승리를 따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함께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황경민은 "어제 처음 연습하고 오늘 경기를 해서 적응이 덜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구단에서 의정부체육관과 비슷하게 해줘서 경기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밝혔다.
여전히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KB손해보험 관계자에 따르면 경민대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은 일단 2월 말이다. 3월부터는 개학으로 인해 체육관을 비워줘야 한다. 간신히 적응할 만한 시기에 또다시 새 구장을 찾아야 하는 것.
하필 3월이 V리그에는 가장 중요한 6라운드가 시작할 시점이어서 KB손해보험으로서는 고민이다. 더욱이 현재 3위 우리카드부터 꼴찌 OK저축은행(4승 12패·승점 15)까지 승점은 단 6점 차다. KB손해보험에 급조된 임시 홈구장도 절실한 이유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황경민은 가급적 이번 시즌 끝까지 경민대 체육관을 쓸 수 있길 바랐다. 공교롭게도 임시 홈구장이 있는 경민대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농담 삼아 나온 대학 홍보대사 이야기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경민은 "홍보대사도 나쁘지 않다. 경민대 학생분들에게 우리 홈경기 티켓을 공짜로 드리는 방법도 있다"고 미소 지으면서 "2월 말이면 6라운드에 들어간다. 6라운드는 시즌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홈구장이 바뀌면 우리는 또 적응해야 한다. 구단에서 계속 협의 중이라고 들었는데 경민대 쪽에서도 편의를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치열한 봄 배구 경쟁에 또 하나의 포인트로는 체력 관리를 짚었다. 올 시즌 유독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면서 빡빡한 경기 일정이 이슈가 되고 있다. 황경민은 "일정이 많이 타이트하다. 3일 간격일 때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다 보니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 관리를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