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시절 조상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KIA는 지난 19일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그리고 현금 10억 원을 키움 히어로즈에 보내고 조상우를 영입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KIA와 2025시즌 후 FA 자격을 갖추는 조상우 서로에게 최적의 상대다. KIA는 조상우 영입으로 단숨에 LG 트윈스와 FA 계약을 맺고 떠난 필승조 장현식(29)의 공백을 메웠다. 조상우에게는 군 복무를 마친 후에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무대가 마련됐다.
기존 소속팀이던 키움은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2025년도 5강 경쟁이 어려울 거라 평가받고 있다. 많은 승리를 지키러 나올 수 있는 조상우에게는 아쉬울 수 있었다. 반면 KIA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에 도전하는 우승 후보다. 아직 보직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해영(23)과 함께 8~9회 경기 막판 뒷문을 틀어막을 것이 유력하다.
그러면서 조상우의 2025시즌 후 선택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2025시즌을 부상 없이 마친다면 조상우에게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자유계약 선수로 메이저리그(ML)에 도전하는 것과 FA로 새로운 팀을 찾는 것이다. FA를 선언하기 전에 KIA와 비FA 다년계약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 진출은 조상우의 오랜 꿈이었다. 전성기 시절 조상우는 최고 시속 158㎞의 묵직한 직구로 제2의 오승환이라 불리며 메이저리그의 관심도 받던 선수다. 2022년 입대 전만 해도 조상우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그는 2021년 12월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2년 동안 몸을 잘 만들고 복귀해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면 오승환 선배처럼 마무리 투수로 미국에 갈 수도 있다. 준비를 잘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희망했다.
키움 시절 조상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하지만 2024시즌 종료 시점에서는 쉽지 않아졌다. 2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조상우는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최고 직구 구속은 시속 152㎞를 넘기 힘들었고 한국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평균 구속은 145.5㎞에 불과했다. 성적도 44경기 동안 승리 없이 1패 9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3.18, 39⅔이닝 36탈삼진으로 좋지 않았다. 세부 지표 역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51, 피안타율 0.272로 정상급 마무리 투수와 거리가 멀었다.
올해 고척스카이돔도 여러 차례 찾은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 A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한창 좋았을 때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아니다. 지금은 구속도 많이 저하됐고 팔꿈치 부상도 확실히 회복됐는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나이는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지금 나이에 기량이 갑자기 확 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인이 가고 싶다면 모르겠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보장 금액을 크게 부르면서 갈 만큼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지 않으면서도 전성기 적 기량을 전제 조건으로 했다. 기준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이었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향하기 전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에서 63경기 2승 3패 7홀드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 69⅓이닝 68탈삼진, WHIP 1.15를 마크했다. 평균자책점은 다소 높지만, 세이브 리그 공동 1위에 구위와 제구 모두 최고 수준의 활약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지금의 조상우는 부상이 회복됐더라도 구질이 너무 단순하다. 변화구는 슬라이더 하나인데 구속이 높지 않다. 회전수도 그렇고 제구도 엄청 좋진 않아서 미국 갈 때 오승환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키움 시절 조상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기준일 뿐, 입대 전 기량만 회복해도 조상우는 KBO 리그에 손꼽히는 투수다. 조상우가 국내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면 KIA로서는 비FA 다년계약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쉽지 않다. 우승으로 샐러리캡 한도에 근접한 KIA의 총연봉과 2025시즌 후 풀리는 또 다른 내부 FA의 존재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29)와 중견수 최원준(27)이 내년 시즌 후 첫 FA 자격을 갖춘다. 구단의 상징적인 선수 최형우(41)와 양현종(36)도 또 한 번 FA가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최형우와 양현종이 떠나는 건 좀처럼 상상할 수 없고, 불펜 투수보단 리그에서도 금값인 유격수와 중견수를 먼저 잡는 게 순서다. KIA 심재학 단장도 내년 FA 선수들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심재학 단장은 조상우 트레이드 직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당장은 조상우 선수와 비FA 다년계약을 생각하고 있진 않다. 우리 팀에 지금 당장 내년에 풀릴 FA 선수가 많다"며 "물론 여러 가지를 감안하고 조상우 선수를 데려온 건 사실이다. 비FA 다년 계약도 계획에는 있지만, 하더라도 우리 구단에서 필요한 선수를 먼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