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삼성과 FA 계약을 맺은 최원태(오른쪽)가 이종열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심지어 삼성의 홈구장은 KBO 9개 구장 중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오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그럼에도 삼성과 최원태(27) 모두 내년엔 달라질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와 4년 최대 7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34억원, 인센티브 12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시즌 전 예상과 달리 빼어난 성적을 써내며 준우승을 달성한 삼성이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2023시즌을 마치고 적극 보강에 나섰던 불펜의 여전한 불안이었다. 박진만 감독도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곧바로 불펜 보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은 A급 불펜진 영입을 위해 힘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나 데려올 수는 없었고 선발진을 보강함으로써 불펜진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계산을 세웠다.
최원태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2017년 이후 8년 동안 선발 투수로서 KBO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1073⅓이닝을 책임졌고 통산 217경기에서 78승 58패, ERA 4.36, 올 시즌엔 24경기에서 126⅔이닝 9승 7패 ERA 4.26을 기록했다.
최원태가 지난 10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LG 소속으로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불안 요소도 있다.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2경기 10⅔이닝 동안 1승 ERA 0.84로 강했고 라이온즈파크에서도 1경기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통산 대구에서 10경기에서 54⅔이닝 동안 6승 3패 ERA 5.60으로 부진했고 피홈런을 9개나 기록했다. 과연 대구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따랐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원태의 주무기는 투심패스트볼이다. 올 시즌 잘 던지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계약할 때 내년엔 투심을 적극적으로 던져달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원태는 투심을 앞세워 땅볼 유도형 피칭을 하는데 올 시즌엔 포심의 비중이 더 높았다. 포심이 21.5%로 가장 높았고 투심은 18%로 슬라이더(18.1%)보다도 더 적게 던졌다.
그 이유는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 있었다. ABS 올해 처음 도입돼 선수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공을 잘 구사하는 속구형 투수들이 많은 이득을 봤다. 하이 패스트볼이나 높은 코스의 커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은 이전에 비해 스트라이크 콜에서 유리했고 최원태와 같이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낮은 코스의 공을 많이 뿌리는 투수들은 불리했다. 언더핸드 투수들이 올 시즌 대체로 고전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렇기에 최원태도 자신 있는 투심보다 포심을 던지는 일이 많았고 이 공이 마음대로 제구가 되지 않다보니 많은 피안타를 기록하고 통산 가장 많은 볼넷(57개)을 허용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최원태가 지난 10월 KT와 준PO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다행인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4일 내년 시즌 ABS 스트라이크 존을 하향조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상단과 하단 모두 0.6% 포인트를 하향 조정하기로 했는데 이는 신장 180㎝ 선수 기준 1㎝ 가량 내려서는 것이다. 현장에선 더 크게 체감될 변화가 될 수 있다.
FA 잭폿을 이뤄냈음에도 최원태는 스스로 더욱 고삐를 당기고 있다. 삼성은 지난 3일부터 23일까지 황동재와 이재현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자리한 야구 전문 프로그램 시설인 CSP(Cressey Sports Performance)에 선수들을 보냈고 이달 말 좌완 이승현과 이호성을 다시 파견할 예정인데 최원태는 자발적으로 자신 또한 미국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 단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FA 계약을 맺은 고액연봉의 선수가 더 발전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는 게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 단장은 "직접 그러한 의사를 전해오더라. 내년에 정말 잘하고 싶은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삼성과 계약 직후 "야구장이 작긴 한데,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장 특성에 맞게 구종 선택도 다양하게 해야할 것 같다"고 밝힌 최원태는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싶다. 매 시즌 최소 15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홈런 공장'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면서도 우려를 지워내며 반전 드라마를 써낼 수 있을까.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거품 논란'을 씻어내기 위해 최원태는 남다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원태(오른쪽)가 FA 계약 후 유정근 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