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 사진=CJ ENM
26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의 배우 박훈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박훈이 일본을 향한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점철된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하얼빈'은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겨울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제 기억으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물을 받아서 '절대 못 잊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또 우연치 않게 크리스마스 기간에 '하얼빈'이 개봉했고, 개봉하자마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집에서 매일 기사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훈은 우민호 감독과 '남산의 부장들'에서 첫 인연을 맺었지만 통편집 됐고, '하얼빈'으로 재회하게 됐다. 그는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미국 정보원 역할을 맡았었는데 현장에서 이병헌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또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라고 느꼈고, (내가) 편집된 결과물을 보고 내가 안 나온다고 서운해 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근사하고 멋지다고 인정했다"면서 "저는 '남산의 부장들' 촬영이 오히려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 감독님과 사적으로 연락한 적도 없었는데 '서울의 봄'을 찍고 있을 당시 '우민호입니다'라고 전화가 왔다. '하얼빈'이라는 영화를 찍게 됐는데 대본을 보다가 제가 생각나서 연락했다고 하시더라. (통편집으로) 저한테 갑자기 미안해질 리는 없고, 대본을 보고, 제가 떠올랐다고 해서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전했다.
박훈 / 사진='하얼빈' 스틸컷
그러면서 "저도 '남산의 부장들' 현장에서 (이) 병헌 선배님이 너무 좋았다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저런 대배우한테 저런 칭찬을 듣고, 감독님도 만족하셨기 때문에 기분 좋게 촬영하고 집에 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훈은 '하얼빈'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라는 것도 듣고, 대본을 보니까 어떠한 조각으로든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역사 관련된 작품을 많이 하는데 저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전 그냥 예전 이야기가 좋은 것 같고, 거기서 뭘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 메시지가 현재에 던져지면 어떻게 생각될지를 생각하면서 의미를 되새긴다"고 말했다.
이어 "'하얼빈'에서는 예고편에 나온 그 장면이 참 좋았다. 안중근이 내딛는 작은 한 걸음이지 않나. 우리 민족에게 엄청나게 큰 사건인데 안중근의 행동으로 인해 일본의 탄압은 더 심해지고 먼 미래에 광복이 이뤄졌는데 당시에 그분들은 그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을 거다. 그 일의 모든 시작점은 작은 한 걸음"이라며 "너무 멋진 작품인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 많은 걸 신격화하기도 하는데 저는 인간적인 작은 한 걸음이 그려져서, 또 그게 나와 다르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영웅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영웅이 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대본을 받았을 때 '힘겹게 한 발자국 걸어간다'라는 첫 줄부터 좋았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