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브리토(가운데)가 KIA 우승 당시 이범호 감독을 안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올해 KIA 타이거즈를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2)가 조건 없이 자유의 몸이 됐다.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기량임에도 KIA는 그 선택이 옳다고 믿었다.
KIA는 지난 26일 "우투우타의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33)과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연스레 3년간 함께했던 소크라테스와 결별은 확정됐다. 소크라테스와 이별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2022시즌 처음 KBO리그에 발을 디딘 소크라테스는 통산 4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1613타수 487안타) 63홈런 270타점 266득점 40도루, 출루율 0.352 장타율 0.491을 마크했다. 매년 20홈런, 두 자릿수 도루 그리고 OPS 0.8 이상이 기대되는 A급 타자였다. 인성과 워크 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도 훌륭해서 매년 새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3년 차인 올해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시즌 내내 클린업 타순에 들어서며 정규시즌 140경기 타율 0.310(552타수 171안타) 26홈런 97타점 92득점 13도루, 출루율 0.359 장타율 0.516으로 KIA의 통합 우승에 공헌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매년 첫 한 한 달은 버리고 가는 셈 치는 슬로 스타터였고, 늘 최종 타율 3할, OPS 0.850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쳤다. 상대 타선에 위압감을 주진 못했으나, 그동안 외국인 선수 시장 수준도 좋지 않았기에 연봉 상승 없이 두 번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왼쪽부터 제임스 네일, 에릭 라우어, 소크라테스 브리토, 나성범.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새 외인 패트릭 위즈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그러나 대안이 생기자 KIA는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새로 영입한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세 시즌(2021~202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쏘아 올린 거포. 메이저리그 7시즌 동안 455경기에 출장해 통산 타율 0.209(1311타수 274안타) 88홈런 207타점 23도루, 출루율 0.291 장타율 0.459 OPS(출루율+장타율) 0.750을 기록했다. KIA가 바라던 홈런 생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선수다.
KIA는 소크라테스를 5년간 보유할 수 있었다. KBO 규약에 따르면 보류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원소속 구단만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원소속 구단이 보류권을 쥐고 있는 5년간 KBO 리그 내 다른 팀 이적은 불가능하기에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는 악법으로도 느낄 수 있는 규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KIA는 소크라테스 보류권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미 KBO리그 10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모두 마쳐 당장 소크라테스와 계약은 할 수 없지만, 2025시즌 중 공백이 생긴다면 대체 영입으로 고려할 만하다. 이미 한국 적응도 끝났고 일정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뽑아주는 타자인 만큼 이보다 좋은 대체 외국인 선수는 없다. KIA로서는 부메랑을 걱정할 만도 하지만, 심재학 단장은 오히려 소크라테스가 해준 지난 3년을 돌아봤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운데). /사진=김진경 대기자
심재학 단장은 26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소크라테스는 우리와 함께 3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해준 선수다. 올해 우리가 우승하는 데 굉장히 좋은 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보류권을 푸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KBO 다른 팀에 가서 잘할 수도 있지만, 그런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그동안 우리에게 해준 것에 대한 걸맞은 예우라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26일 이 소식을 전달받은 소크라테스는 곧바로 자신의 SNS에 KIA를 향한 감사 인사를 남겨 팬들을 뭉클하게 했다. 소크라테스는 한글로 '테스형'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직접 쓰면서 "지난 3년간 이 팀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해줘서 KIA 타이거즈 구단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항상 우리 가족들을 챙겨줘 고마웠고, 항상 옆에서 가족처럼 느끼게 해준 동료들과 내가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게 해준 코치들에게 감사하다"며 "항상 응원해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준 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여러분 모두를 내 마음 한구석에 담겠다"고 이별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한 시즌 고생한 결과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 이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믿음, 감사 그리고 기쁨. 내가 이 순간을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나는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내가 잘했다는 확신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