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네이션이 4일 김혜성의 다저스 계약 소식을 전했다. /사진=다저스네이션 홈페이지 갈무리
꿈에만 그렸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MLB) 디펜딩 챔피언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뛴다.
LA 다저스는 4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LA 다저스가 유틸리티 김혜성과 3년 1250만 달러(184억원)"라며 "2028년과 2029년 옵션이 있어 계약 가치가 2200만 달러(323억원)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단은 김혜성을 영입하며 팀 내 최고 포수 유망주 디에고 카르타야를 40인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김혜성의 다저스행은 협상 마감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LA 에인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복수의 구단이 김혜성에게 영입을 제안했지만 김혜성의 선택은 다저스였다.
다저스가 왜 김혜성을 택했는지 다소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미 다저스의 내야는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최우수선수(MVP) 출신 무키 베츠가 유격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개번 럭스가 함께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다. 다저스의 우승을 이끈 한국계 선수 토미 현수 에드먼은 5년 7400만 달러(1089억원) 계약을 맺으며 다저스에 잔류했는데 그는 외야수와 내야수로서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이다. 여기에 미겔 로하스도 옵션을 행사해 구단에 잔류했고 크리스 테일러도 건재하다.
그럼에도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건 그의 다재다능한 능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25세의 김혜성은 KBO에서 8시즌을 보낸 후 다저스에 합류했다. 그는 2024시즌을 키움 히어로즈에서 보냈고 127경기에서 타율 0.326, 11홈런, 30도루, 75타점을 기록했다"며 "그는 키움에서 6시즌을 보냈고 타율 0.309, 32홈런, 280도루, 339타점을 기록했다. 2021년 50번의 기회에서 46개의 베이스를 훔쳐 KBO 도루 1위를 차지했고 2018년 이후로 211개의 도루를 기록했는데, 이는 6년 동안 KBO에서 가장 많은 수치"라고 소개했다.
김혜성.
디애슬레틱은 김혜성의 다저스행 소식을 전하며 "소식통에 따르면 다저스는 김혜성이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활약해온 3억 6500만 달러(5372억·12년)의 사나이 무키 베츠를 유격수로 변신시키는 강수를 뒀는데 외야수 복귀 이야기가 나왔지만 최근 다시 유격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혜성의 존재가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매체는 "그는 수비에 대해선 명성이 있고 중앙 내야 두 개 포지션에서 경험이 있다. 다저스는 이번 겨울 다시 한 번 무키 베츠가 개막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김혜성의 존재가 그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미국 스포츠 매체 베이스볼아메리카(BA)는 김혜성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공개했는데 20-80(최저 20, 최고 80) 스케일에서 김혜성은 컨택트 55점, 파워 30점, 주루 70점, 수비 55점, 어깨 40점을 받았다. 주루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 수비와 컨택트 능력 또한 MLB 평균 혹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은 것이다.
BA는 "김혜성은 간결한 스윙을 하며 민첩하게 움직인다. 선구안과 컨택트 능력을 보유한 선수로서 안타성 타구를 꾸준히 생산한다. 홈런을 치기는 어려운 유형이지만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낸다"며 "매년 30도루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김혜성은 더 공격적으로 주루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며 "유격수로 뛴 경험이 있는데 송구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아 2루수에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김혜성이 KBO 시상식에서 수비상을 받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BA는 "김혜성은 평균 이상의 안타와 도루를 만드는 주전급 2루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과 같이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빅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얼마나 빠르게 적응을 마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저스네이션은 김혜성이 럭스를 제치고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혜성의 영입으로 LA에서 럭스의 미래가 조금 더 불투명해졌다"며 "김혜성이 2루수를 맡는다면 럭스는 외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라인업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김혜성이 유격수를 맡는다면 베츠가 2루수로 이동해 럭스를 내야에서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럭스는 오프시즌 내내 트레이드 소문에 오르내렸고 다저스 네이션은 밀워키 브루어스의 전 클로저 데빈 윌리엄스와의 패키지로 럭스를 LA에 트레이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뉴욕에 있고 머물게 됐고 다저스는 럭스를 이적시킬 계획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은 김혜성이 유격수와 2루수를 거치면서 4회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혜성은 강력한 2루수이자 최소한 유능한 유격수일 뿐 아니라 루상에서도 자산"이라며 "그의 글러브와 다리는 적어도 MLB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애슬레틱의 다저스가 '슈퍼 유틸리티'로서 기대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접두사 '슈퍼'를 사용한 것은 그가 여러 포지션을 맡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유격수와 2루수 모두에서 상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3루수에선 몇 경기만 뛰었다"며 "또한 2020시즌 동안 좌익수로 44경기를 뛰었고 다저스가 그를 외야수로 기용할 것인지 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슈퍼 유틸리티' 선수로서 김혜성은 일반적인 벤치 타자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저스의 재능 넘치는 로스터에 경쟁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경기 시간을 벌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성의 이적으로 키움에도 큰 돈을 안기게 됐다. 총 계약 규모가 2500만 달러 이하로 책정돼 키움은 총 계약 금액의 20%를 받게 된다. 3년 1250만 달러의 20%인 250만 달러(37억원)를 보장받고 향후 2년 옵션을 행사할 경우 키움이 받게 될 금액은 440만 달러(65억원)로 불어난다.
김혜성.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