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대한체육회장 제1차 후보자 정책토론회 모습. /사진=대한체육회 공식 SNS 영상 갈무리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4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제1차 후보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장에는 이기흥(70) 현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김용주(64) 전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 사무처장, 유승민(43)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강태선(76) 현 서울특별시체육회장, 오주영(40) 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70) 현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까지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6명이 모두 참석했다. 김미량 한국체육학회 이사 겸 순천향대 사회체육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토론은 오후 2시에 시작해 3시 50여분까지 약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사회자 공동 질문(2분), 사회자 개별 질문(2분), 후보자 정책 검증 토론(공약 발표 1분 30초, 후보자 질문 30초, 발표자 답변 1분), 마무리 발언(1분 30초)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는 지방체육회 및 종목단체 자립성 확보를 통한 동반 성장, 선수와 지도자 간 스포츠 커넥트 시스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 프로젝트, 생활체육 전문화를 통한 선진 스포츠 인프라 구축, 글로벌 중심 K-스포츠, 대한체육회 수익 플랫폼 구축을 통한 자생력 향상, 심판 전문화 및 환경 개선을 통한 공정한 스포츠 환경 조성 등 7가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신욱 후보가 가장 먼저 유 후보를 향한 질문 기회를 잡았다. 둘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단일화 논의도 한 바 있다. 그런데 첫 질문부터 두 후보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강 후보는 "정책 검증에 앞서 도덕성과 관련한 질문을 드려 미안하다"면서 "지난번 탁구협회장 선거에서 불거져 나온 내용이다. 유승민 회장이 탁구협회장으로 재직 중에 후원금을 받아 페이백했다는 문제, 국가대표 선수를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돌았다. 그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시면 고맙겠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러자 유 후보는 "강신욱 후보께서 저한테 지실까 봐 굉장히 두려우신 모양이다. 저도 대회에 나가기 전에 강한 상대가 있으면 요행을 바라기도 한다. 근데 이렇게 정책 검증 자리에서 도덕성을 물어보시니 말씀을 안 드릴 수가 없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유 휴보는 한 서류 봉투를 들어 보인 뒤 "이게 다 제가 준비한 자료다. 이걸 1분 안에 설명해 드리기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제가 대한탁구협회장 재직 시절에 100억원이 넘는 후원사를 유치한 건 사실이다. 그 후원사를 저 혼자 유치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유 후보는 "저희 탁구인의 염원을 담아, 모든 탁구인이 함께 유치하고 탁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근거 없는 네거티브를 하실 줄 몰랐다. 이런 근거 없는 네거티브에 대해 전 충분히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말씀드릴 수가 없다. 모든 탁구인의 염원과 노력을 깎아내리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책임질 게 있으면 제가 책임지겠지만, 만약 근거가 없다면 강 후보님도 도덕적인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강 후보는 이후 이어진 공약 발표 자리에서 "앞서 유승민 후보가 오해하신 것 같다. 제가 네거티브를 한 게 아니라, 당시 실명으로 스포츠윤리센터에 제보된 내용이 SNS상에 올라와 해명할 기회를 드린 건데, 네거티브 공세라 생각하니 서운하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제1차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강신욱(왼쪽)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공식 SNS 영상 갈무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는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선거인단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지정선거인' 제도로 진행된다. 이에 현직이 당선에 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 구도는 '이기흥 vs 반(反) 이기흥' 구도로 흐르고 있다.
단일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앞두고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은 강신욱 후보를 지지한다며 단일화를 선언했다. 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단일화를 위한 모임도 열렸다. 지난달 17일에는 박창범, 강신욱, 안상수,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를 위한 첫 회동을 가졌다. 이어 5일 뒤인 22일에는 박창범, 강신욱, 안상수 후보와 강태선 후보 측 인사가 비공개로 만났다. 그렇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이들은 각자 후보 등록을 마쳤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위 '반 이기흥' 후보들의 표심이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기흥 현 회장이 재선에 성공했던 2021년 체육회장 선거 당시에도 단일화가 무산, 이 회장이 46.4%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강신욱 후보가 25.7%, 이종걸 후보가 21.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만약 당시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이기흥 현 회장에 맞설 유력 후보로 유승민, 강신욱, 강태선 후보가 꼽히고 있다. 결국 이들의 단일화 성사 여부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오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선거인단은 총 2244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위하여 법조계, 체육학계, 언론계 및 선거 분야 등 관계단체로부터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추천받아 주무부처(문화체육관광부) 협의 및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3일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선거운영위원회는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선거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기흥, 김용주, 유승민, 강태선, 오주영, 강신욱 후보. /사진=대한체육회장선거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