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하주석이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FA 계약 소식을 알리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하주석 개인 SNS 갈무리
한화는 지난 8일 "FA 내야수 하주석과 계약했다. 계약 규모는 1년 보장 9000만 원, 옵션 2000만 원 등 총액 1억 1000만 원"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주석은 계약 후 구단을 통해 "계약이 완료돼 신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겨울 내내 개인 운동으로 준비를 잘 해왔다. 책임감을 갖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예상됐던, 어찌 보면 의외였던 결정이었다. 이번 겨울 한화는 발 빠르게 2025시즌 준비를 마쳤다. KT 위즈로부터 유격수 심우준(30)과 엄상백(29)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구성도 라이언 와이스(29) 재계약과 에스테반 플로리얼(28), 코디 폰세(31) 신규 영입으로 마무리했다.
이 중 한화가 4년 최대 50억 원에 영입한 심우준은 하주석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미 이도윤(29), 황영묵(26)이란 백업 자원이 있는 상황에서 하주석의 설 자리는 더이상 없었다.
한화가 사인 앤드 트레이드 가능성도 열어뒀으나, 하주석은 좀처럼 새 팀을 찾지 못했다. 하주석이 FA B등급인 점도 꽤 영향을 미쳤다. 하주석을 데려가는 팀은 보상 선수 1명이나 하주석의 2024년 연봉 7000만 원을 함께 받거나, 연봉의 200%인 1억 4000만 원을 한화에 줘야 했다. 그 탓에 유격수가 필요한 팀은 있어도 하주석을 굳이 영입하려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친정팀 한화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였다. 한화 역시 고개 숙인 프랜차이즈 선수에게 연봉을 2000만 원 올리고 총액은 억대로 맞춰주면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한화 하주석.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FA 계약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선수에게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관심을 보인 팀이 없었다는 걸 떠올리면 한화가 믿음으로 재기의 기회를 준 것과 다름 없다. 사실상 연봉 협상이라 봤을 때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연봉이 상승하는 건 흔치 않다. 지난해 하주석은 햄스트링 부상을 겪고 64경기 151타석 소화에 그쳤다.
한화 손혁 단장은 8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연말부터 논의가 잘 진행됐다. 마지막에 서로 의견이 잘 맞아 계약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주석 선수가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열심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했다"며 협상 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한화는 하주석 잔류를 통해 내야 뎁스를 조금이나마 강화했다. 올해 주전 유격수가 확실시되는 심우준은 타격보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심우준은 통산 107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4(2862타수 726안타) 31홈런 275타점 156도루, 출루율 0.303 장타율 0.336 OPS(출루율+장타율) 0.639를 기록했다. 개인 한 시즌 최고 타율이 0.287, 홈런이 6개일 정도로 타격 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지난해 데뷔 시즌임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한 황영묵은 2루에서 많은 출장이 기대되고 그 역시 장타는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2018년 1군 데뷔 후 통산 3홈런에 그친 이도윤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일발 장타력을 가진 하주석은 대타로 가치가 있는 쓸 만한 미들 인필더 자원이다. 여기에 손혁 단장은 하주석이 3루수 노시환(25)을 백업하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손혁 단장(왼쪽)과 하주석이 8일 FA 계약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손혁 단장은 "하주석은 한화에 계속 있던 선수고 여전히 좋은 유격수 자원이다. 아무리 (내야 영입 등) 준비를 했다고 해도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하주석은 3루도 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더 강한 내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주석은 강남초-덕수중-신일고 졸업 후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KBO 통산 875경기 타율 0.265(2892타수 767안타) 49홈런 339타점 386득점 81도루, 출루율 0.317 장타율 0.373 OPS 0.690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수비력도 차츰 안정 궤도에 오르면서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다. 2021시즌에는 138경기 타율 0.272(525타수 143안타) 10홈런 68타점 84득점, 출루율 0.346 장타율 0.39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한화 팬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프랜차이즈 스타였으나, 계속된 워크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 문제로 신뢰를 잃었다. 2022년 6월 16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한 후 퇴장당한 건과 그해 11월 음주운전 적발 건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FA 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에 이러한 이유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돌아온 하주석은 한화 팬들에게 재차 고개를 숙였다. 계약 발표 후 그는 자신의 SNS에 "팬 여러분 항상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라는 직접 쓴 글과 사진을 올리며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