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성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버틸 수 있게 해준 한마디가 있었다. 믿고 따랐던 선배의 말은 다시 강진성(32·키움 히어로즈)을 일으켜 세웠다.
강진성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인 훈련을 마치고 스타뉴스와 만나 새 팀에서 맞을 2025시즌을 앞둔 준비 과정과 각오를 밝혔다.
벌써 4번째 팀에서 맞는 새 시즌을 앞둔 각오는 남다르다. 매일 같이 홈구장에 출근해 영광의 2020년과 같은 성적을 다시 한 번 써낼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고를 거쳐 2012년 NC 다이노스에서 4라운드 33순위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진성은 2020년까지 특별한 인상을 주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2020년 주전으로 도약하며 타율 0.309(395타수 122안타) 12홈런 70타점 53득점, 출루율 0.351, 장타율 0.463, OPS(출루율+장타율) 0.814로 맹활약했다.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이듬해에도 팀의 주전으로서 활약했지만 타격 수치는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고 그해 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된 박건우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기게 됐다.
그러나 단 40경기 출전에 그쳤고 이듬해 5월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로 이적했다. 2023년 58경기에 나서면 타율 0.261로 다소 반등세를 그렸지만 지난해 16경기에서 타율 0.185에 그치며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는 지난 시즌 막판 키움의 부름을 받아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강진성이 2020년 NC 시절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던 차에 힘이 되는 한마디를 들었다. 두산에선 허경민(35·KT 위즈), SSG에선 추신수(43·은퇴) 등 힘든 시기를 겪어본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었던 강진성은 일본에서 코치 연수를 하던 박석민(40) 두산 코치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박 코치는 "어떻든 간에 포기는 하지마"라고 당부한 것. 강진성도 다시 힘을 낼 수 있었고 이후 방출의 아픔을 겪었지만 다시금 키움에서의 시작에 있어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키움은 강진성에게 새로운 기회의 팀이다. 가장 익숙한 1루 자리에 최주환(37)이 버티고 있지만 백업으로서 기회가 충분하고 김혜성(LA 다저스)의 이탈에 대한 확실한 대체 카드가 없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기도 좋은 상황이다.
어린 선수들이 많고 경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강진성에겐 기대를 품게 만든다. 강진성은 "동기부여가 크게 된다"며 "2020년에 우승도 하며 자신감을 얻었는데 그 뒤로 부상도 당하고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계속 잘 안되다 보니까 작년에 야구가 질리기도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다고 하셔서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나 키움은 이전부터 한 번쯤 와보고 싶은 팀이었다. "이전부터 키움은 선수들을 두루두루 활용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팀이라는 생각을 했다. NC에서 함께 뛰던 김준완 코치님이 여기에 계셨을 때 '형 키움은 어때요'라고 묻기도 했다"며 "코치님은 '선수라면 한 번은 여기 와서 한번 해봐야 돼'라고 말해주셔서 한 번은 뛰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게 됐다"고 전했다.
마음가짐도 새롭게 먹었다. "와서 오윤 코치님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왼손 상대 타율도 좋은데 왜 초구부터 안 쳤느냐'고 지적을 해주셨다"며 "너무 공을 잘 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안치고 공을 많이 보려고 하고 생각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2024년 SSG 시절 강진성이 범타를 기록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절박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더 늦으면 기회를 잡기도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다. "애매한 나이이긴 하다. 여기서부터 치고 올라가서 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고꾸라지면 제2의 인생을 살 각오를 하고 있다. 여기서 잘하면 '내가 아직은 야구 선수로서 가치가 있구나' 생각을 할텐데 못하면 저도 깔끔하게 여기까지하고 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강진성에게 기회를 준 키움 입장에서도, 팬들도, 자신 또한 시선은 2020년을 바라보고 있다. 고점을 찍었던 선수이기에 그 때의 좋았던 기억과 감각을 떠올리며 'AGAIN 2020'을 꿈꾼다.
강진성은 "안 좋았던 시간들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다시 2020년처럼 리듬을 타면서 좋은 느낌을 살려서 가보려고 한다"며 "계속 좋았던 때의 영상도 보고 조언도 구하면서 잘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강진성이라는 선수가 활용가치가 있다,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최우선 목표다. 그는 "어느 위치가 됐든 나가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그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대타든 뭐든 100경기 정도에는 나가고 싶다. 이를 바탕으로 70~80안타, 타율도 0.280~0.290, 홈런은 10~15개라는 막연한 목표를 늘 세운다. 그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기대를 나타내는 팬들에게 강진성은 "돌고 돌아서 원하던 팀에 왔다"며 "정말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 봄부터 바로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할테니 기대 많이 해달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NC 시절 강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