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범석.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범석의 모습. /사진=LG 트윈스 공식 SNS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야수 쪽에서는 이영빈, 송찬의, 구본혁, 김범석, 이주헌 등이 올 시즌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것 같다"며 "두 번째 포수는 (이)주헌이를 생각하고 있다. (김)범석이는 세 번째 포수"라고 말했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지명 당시 기대치만 따진다면 김범석이 확실한 우위를 지녔다. 김해삼성초-경남중-경남고를 졸업한 김범석은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됐다. 지명 당시 LG 차명석 단장으로부터 "한국 야구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주헌도 높은 순번에서 지명되긴 마찬가지였으나, 김범석만큼은 아니었다. 서울이수초-성남중-성남고를 졸업한 이주헌은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입단했다. 제대 후 지난해가 돼서야 1군에 데뷔했고 3경기 출장에 그쳤다.
LG 김범석.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이주헌. /사진=김진경 대기자
박동원(35)이 확고부동한 주전인 가운데 두 사람의 입지는 지난해 요동쳤다. 당초 기회를 받은 건 김범석이었다. 김범석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 포함되며 박동원의 뒤를 이을 제2포수로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체중을 좀처럼 줄이지 못했고 내복사근 부상이 겹쳐 조기 귀국했다. 시즌 중 반짝이는 활약도 있었지만, 결국 8월부터는 1군에서 사라졌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2시즌 간 성적은 80경기 타율 0.222(189타수 42안타) 7홈런 2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2에 그쳤다.
그 빈틈을 치고 들어온 것이 이주헌이었다. 성남고 주장 겸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이주헌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뛰어난 투수 리드에 좋은 수비와 송구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끔 터지는 장타력도 매력 포인트. 지지부진한 김범석을 대신해 지난해 9월 24일 첫 1군 데뷔전을 가졌고,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에서는 명단에도 포함되며 신뢰받았다. 1군 데뷔 성적은 3경기 타율 0.667(6타수 4안타)
하지만 최근 달라진 김범석의 모습은 2025시즌 두 번째 백업 포수로서 시작을 기대케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2024 러브기빙데이에 참석한 김범석은 홀쭉한 모습으로 1000명의 LG 팬들 앞에 섰다. 김범석은 당시 팬들의 질문에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현재 7~8㎏ 정도 감량했다. 샐러드 같은 거 정말 싫어하는데 이번에 정말 많이 먹었다. 저녁에 식이 조절하니까 빠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타격 재능만큼은 잠실야구장에서 20홈런도 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감량에 성공한 김범석의 우위가 엿보였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에게는 시기상조였다.
LG 김범석(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이주헌(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염경엽 감독은 "수비 쪽은 (이)주헌이로 간다고 보면 된다. (김)범석이는 포수 연습을 계속 시키겠지만, 대타로서 자질을 더 높게 생각하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우완 상대 대타나 지명타자, 좌완이 나왔을 때 선발 지명타자로 나가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범석이는 마무리 훈련 때도 (수비) 훈련을 안 했는데 스프링캠프에서만 연습해선 선발 포수로 뛰기 쉽지 않다. 세 번째 포수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포수 겸 대타 요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끝내 대타로 전락하긴 했으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범석은 2004년 아마추어 나무 배트 사용 이후 고교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10개)을 보유할 정도로 슬러거로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포수로서도 2루 팝 타입(Pop time) 1.9초대에 직접 볼 배합을 하면서 경남고의 48년 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스타뉴스가 주관한 2022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대상을 받을 당시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포수가 김범석,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제2의 양의지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높게 평가받기도 했다.
포수로서 잠재력은 충분한 만큼 지속적인 체중 감량과 수비 훈련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면 시즌 중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범석의 모습. /사진=LG 트윈스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