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지난 4일 김혜성의 영입 소식을 전하며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합성사진을 올렸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갈무리
김혜성은 지난 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3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기도 한 오타니가 김혜성의 다저스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성은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적 뒷얘기를 꺼내놨다.
지난해 계약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던 김혜성은 오타니와 같은 시설에서 훈련을 하며 응원을 받기도 했다며 다저스행 이유에 대해 "다저스이지 않나. 박찬호 선배님부터 류현진 선배님까지 다저스에서 야구하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팀이기도 했고 지난해 우승 팀이기도 해서 마음이 더 갔다"고 밝혔다.
김혜성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오타니의 조언이 다저스행을 결정하는데 한몫을 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는 김혜성의 계약 소식이 밝혀지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환영합니다 친구야"라고 직접 한글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타니가 지난 4일 김혜성 영입 소식 발표 후 자신의 SNS에 "환영합니다 친구야"라며 직접 한글 메시지로 반겼다. /사진=오타니 쇼헤이 SNS 갈무리
오타니 입장에서 김혜성의 합류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도 그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먼저 수비다. 김혜성은 유격수와 2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KBO에서 두 포지션에서 모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무키 베츠가 유격수를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체력이나 수비에서 부담을 느낄 경우 김혜성이 유격수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저스로선 선수 활용의 유연성이 생겼다. 주 포지션인 2루수에선 KBO 수비상을 2회 연속 수상할 정도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수비를 자랑한다.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지난해 지명타자로만 나서 역대 최초 50(홈런)-50(도루)를 달성해 통산 3번째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는데 내년엔 다시 투수로 복귀를 앞둔 만큼 내야 수비 안정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는 도루다. 최근 야후스포츠는 다저스의 2025시즌 선발 라인업을 예상하며 김혜성의 이름을 9번 타자 2루수에 올려놨다. 톱타자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오타니였다. 럭스까지 트레이드하며 김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뜻을 나타낸 다저스에서 장타력이 약점인 김혜성이 맡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타순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59도루를 작성했다. 올 시즌엔 투수로도 나서며 도루 기회가 자연스레 줄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예상할 수는 없다. 선행 주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김혜성의 도루 능력 때문이다.
빠른 발이 강점인 김혜성(왼쪽). /사진=뉴스1
베이스볼아메리카(BA)에서도 앞서 김혜성의 능력치를 평가하며 주루 능력은 리그 최상위권 수준인 70점을 부여했다. 김혜성에 대한 평가가 나올 때 가장 두드러지는 능력 또한 수비와 컨택트 능력에 앞서 주루가 언급된다.
지난해 오타니는 59도루를 기록했는데 그 기간 실패는 단 4차례였다. 도루에 대한 타고난 이해도와 함께 주법을 바꾸는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다만 오타니의 앞에서 타석에 오르는 선수들의 주루 능력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다저스에서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건 오타니와 베츠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였는데 둘 모두 오타니의 뒤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은 선수들이었다.
하위타순에서 오타니보다 앞서 출루한 선수들 중 주루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찾기 힘들었다. 특히 단타나 볼넷으로 출루했을 경우 선행 주자에 막혀 도루 기회를 잡기 힘든 경우도 있었는데 김혜성이 선행 주자로 나설 경우 충분히 더블 스틸이 가능하기에 오타니의 도루 기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평소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특별한 존중을 보이는 오타니라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차원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등판할 때 수비의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고 도루 시도 자체를 더 늘려줄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김혜성의 합류는 더욱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혜성.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