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베로비치 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최정.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 구단은 오는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로 떠나 다음달 20일까지 훈련을 벌인 뒤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2차 캠프를 치른다.
단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숭용 감독을 비롯한 1군 대부분은 베로비치로 향하지만 완전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3번째 FA(프리에이전트)임에도 4년 110억원에 계약을 맺은 SSG의 핵심 최정을 비롯한 베테랑 6명이 일본 가고시마에 차려질 퓨처스(2군)팀 캠프로 합류하기 때문이다.
SSG가 활용할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JRTC)는 1군 대부분이 향하는 만큼 훈련 시설과 기후 등에서 최상의 조건을 자랑한다. SK(SSG 전신) 시절인 2011년 마무리 캠프 때부터 인연을 맺은 곳으로 정식 야구장만 5면에 비가 내릴 때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실내 구장까지 완벽히 갖춰져 있다. 숙소도 함께 붙어 있어 더할 나위가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대체 왜 최정과 한유섬, 김민식(이상 36), 이지영(39), 김성현(38), 오태곤(34)까지 핵심 베테랑 6명은 본진에서 제외된 것일까.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1차 캠프를 마친 SSG 선수단. /사진=SSG 랜더스 제공
2025년 신인 포수 이율예와 투수 신지환(이상 19) 여전히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숭용(54)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고강도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SSG 구단 관계자는 "이번 캠프에선 유망주 육성, 특히 야수들을 중심으로 고강도 훈련을 치를 예정"이라며 "그렇기에 감독님께서 한 명이라도 많은 어린 선수들이 미국으로 향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반면 베테랑들에겐 자율권을 줬다. 이숭용 감독은 '자율야구'를 중시하는 지도자다. 최소 10년 이상 프로생활을 하면서 경험이 쌓인 베테랑들은 자신만의 루틴과 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율성을 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 중에도 수차례 베테랑뿐 아니라 젊은 선수들도 하루 빨리 자신만의 루틴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베로비치 캠프에서 훈련 중 휴식을 취하는 한유섬. /사진=SSG 랜더스 제공
시차 적응으로 인한 시간 소모 등 베테랑들로선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은 일본에서 몸을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이 퓨처스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기대효과도 있다.
베테랑들이 모두 1군 캠프에 갈 경우도 제한은 있을 수밖에 없다. 구단 관계자는 "젊은 선수들에 비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페이스가 더딘 베테랑들에게 무리하게 섣불리 고강도 훈련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훈련에서도 열외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며 "그럴 바에는 애초에 훈련장을 달리해 미국 캠프에선 고강도 훈련을 진행하고 베테랑들은 자신만의 페이스에 맞게 몸 상태를 만드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숭용 감독은 일본으로 향하는 베테랑들에게 몸 상태를 확실히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는데 시즌 초반부터 최종 결과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때는 이 결정에 비판이 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
계획대로 올 시즌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들을 발굴해내 지난해처럼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튀어나오고 베테랑들도 중심을 잘 잡아준다면 그야말로 효율적인 캠프 이원화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엔 결과가 이 결정을 평가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해 베로비치 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이숭용 감독. /사진=SSG 랜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