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원경' 포스터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들 세종.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다 아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방원의 아내이자 세종의 엄마인 '그녀'는 누구일까. 분명 두 사람의 연결고리인데도 불구하고 가려져 있다. 김상호 PD는 이 숨겨진 인물 '원경'에 집중했다. 그는 원경을 '여장부'라 정의하며 그의 굵직한 서사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화제성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장부는 온데간데없고 '원경'의 첫 시작은 '가슴', '정사', '파격', '노출'로 얼룩졌다.
지난 6일 처음 방송한 tvN·티빙 드라마 '원경'(극본 이영미, 연출 김상호)은 남편 태종 이방원(이현욱 분)과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차주영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간 태종 이방원을 다룬 작품은 주로 후계 문제를 두고 권력 투쟁을 벌인 '왕자의 난'이나, 왕권 안정 및 강화를 위한 정책 등에 주목했다. 이방원은 뛰어난 지략가였고, 근래에는 '킬방원'이란 명칭으로 불릴 만큼 남다른 위엄을 자랑했다. 이 가운데 김상호 PD는 역사가 깊이 조명하지 않은 이면을 주목했다. 후궁 정치를 해온 이방원이 어떤 왕이자 남편, 남자이고, 그의 아내 원경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등 말이다.
'원경'을 보다 보면, 배우들은 '실제 이방원과 원경의 감정이 이랬을까'란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뽐낸다. 특히 원경과 후궁이 된 시녀의 신경전은 감탄을 자아낸다. 어쩌면 '원경'은 역사물보단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만 둔 '치정물'로 봐야하지 않을까.
배우 이현욱, 차주영 /사진제공=CJENM 2025.01.06 /사진=이동훈 photoguy@
OTT 판 '원경'은 시작부터 수위 높은 장면을 보여준다. 극 중 이방원과 원경의 정사신, 원경 및 후궁의 목욕신 등이 그려진다. 특히 목욕신의 경우, 여성의 신체를 전체적으로 훑는 듯한 카메라 동작으로 드라마의 수위를 높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원경'이 자극적이라고 평가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정사, 노출신이 '원경'에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들의 키스신이라도 서사가 없으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지난해 8월 공개된 티빙 드라마 '우씨왕후'도 농도 짙은 베드신, 수위 높은 노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으면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단순히 화제성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선이 다수였다.
'원경'도 자칫 '우씨왕후'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 작품 속 몇몇 장면은 인물 간의 전복된 관계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나머진 불필요한 노출신으로 여겨진다. 특히 OTT 판 '원경' 속 여성이 욕조에 앉아 있는 목욕신은, 제작진이 욕조를 옆에서 바라보는 위치에서 한 번, 천장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향으로 한번 촬영했다. 첫 번째 컷에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여성의 어깨, 두 번째 컷에선 여성의 가슴, 다리 등 신체가 모두 노출된다. 해당 촬영 구도는 차주영과 이이담, 두 배우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다는 점에서 철저히 몸을 대상화했다고 느껴진다. 단순한 전라는 개연성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은, '불필요한' 장면이다.
배우 차주영 /사진제공=CJENM 2025.01.06 /사진=이동훈 photoguy@
다만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원경'의 TV 판은 대부분의 노출, 정사신이 삭제된 채 방영되고 있다. 또한 '원경'은 3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평균 4.9%, 수도권 가구 평균 4.6%를 기록하며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이는 시청자들이 '원경'의 애증 서사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연 문제작 '원경'이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