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작가 /사진=본팩토리
김지운 작가가 '지금 거신 전화는' 종영 소감을 직접 밝혔다.
김지운 작가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팩토리에서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 위득규, 이하 '지거전') 관련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극 중 백사언(유연석 분)과 홍희주(채수빈 분)는 정략결혼으로 연을 맺은 쇼윈도 부부로, 집에서도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는 철저한 비즈니스 커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협박 전화가 걸려 오면서 소통이 단절됐던 두 사람의 관계가 애틋하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지운 작가는 2012년 '청담동 앨리스' 공동집필부터 2015년 '하이드 지킬, 나', 2019년 '의사요한', 2021년 '멜랑꼴리아'를 집필해오며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사진=MBC
-원작 IP를 드라마화 할 때 특별히 가지는 기준이 있다면?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매력이 있는 지점이 있지 않냐. 그 매력을 충분히 살리고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영상화되는 대본이지 않냐. 예를 들어 1부의 대사관 파티신도 단조롭게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스케일을 벌릴 수 있는 장소를 보여주려고 했다.
-진짜 백사언을 추리하는 과정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원작에서 이미 백사언의 출생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어서 원작을 보신 분들에겐 드라마도 똑같이 흘러가면 스포가 될 수 있겠더라. 궁금한 지점을 새롭게 만들고 싶어서 지상우(허남준 분) 역이 새롭게 들어갔다. 박도재 역(최우진 분)은 원작에 있었다. 상우는 긴장을 유발하는 인물이었다가 변화가 많이 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허남준 배우는 날선 느낌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느낌도 있더라. 최우진 배우는 종방연 때 손편지를 따로 써서 줘서 집에 가서 읽었다. 그때는 도재가 진범이란 게 드러나지 않았을 땐데, 최우진 배우가 '도재를 욕하게 되더라도 작가님이 그렇게 써서가 아니고 제가 그렇게 욕했기 때문입니다'라고 해서 찡했다. 이번 작품은 사실 감독님이 배우들과 정말 좋은 관계 속에서 촬영했다고 하더라. 감독님의 모토가 좋은 분들과 작업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유연석 배우의 분량이 굉장히 많았는데 배우가 그걸 소화하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고 작가 입장에서 너무 고마웠다.
-백사언은 엔딩에서 자신의 이름을 '백유연'으로 개명했는데 유연석 배우의 이름을 염두에 둔 건 아닌지.
▶전혀 아니었다. 백사언이란 이름의 굴레를 안고 산 사람이어서 희주가 의미를 부여해서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지거전'에 대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시청자들이 사언에 대해선 희주에 대한 사랑꾼 면모를 빨리 찾아주시더라. 희주가 처음엔 말을 잘 하지 않았는데 사언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사운드가 없다는 게 걱정이 됐는데 그 부분을 좋아해 주시더라.
-김지운 작가가 제일 애정하는 장면이 있다면?
▶10부다. 거기에 모든 사연과 감정이 모여서 클라이막스가 됐다. 쓸 때도 정말 고생했고 대본이 나갔을 때 감독님 등 저희 내부에서 대본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제일 많이 보여주셨다. 사언이가 원래 자기파괴적인 사람인데, 희주란 존재가 생기고선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11부에서 동영상을 꺼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MBC
-주인공 백사언이 대통령실 대변인 역할이었는데, 마침 실제로 우리나라에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슈가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 당시 결방도 하고 그랬는데 인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초반 희주의 수어 장면에 대해 희화화된 장면이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저희가 한 장면씩 세심하게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죄송하다.
-유연석, 채수빈 배우를 다른 작품에 기용한다면 어떤 캐릭터로 캐스팅하고 싶은지.
▶채수빈 배우가 유연석 배우에게 반대로 대하는 설정이 있다면 재미있겠다.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을 써보고 싶은가.
▶로맨스 작품이 가지는 매력이 큰 것 같다. 멜로에 빠져드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열기, 벅찬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더라. 2021년에 작품을 끝내고 제작사 대표님과 얘기도 나누면서 요즘 시청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공부를 많이 했다. 요즘엔 몰입을 잘 시키는 작품, 빠른 전개, 캐릭터 관계의 명확성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불필요한 '고구마'를 드리지 말아야겠단 목표가 있었다. 저희가 로맨스릴러를 보여드렸는데, 로맨스와 스릴러 중 하나만 보여주려고는 하지 않았다.
-작가님에게 '지거전'은 어떻게 기억될 것 같은지.
▶사실 드라마는 종합 예술이지 않나. 좋은 연출, 좋은 원작, 좋은 배우님들, 좋은 제작 환경이 다 뒷받침 돼야 좋은 결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드라마도 끝나고 보니 감사했다.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다.